대법 '노태우 비자금' 인정 안 해···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다시 심리

불법적 조성 자금 재산분할 고려 제외 SK·SK C&C 주식, 급여 반납 대상 아냐 '세기의 이혼소송' 다시 서울고법 환송 "법리 오해와 사실오인 시정돼서 다행"

2025-10-16     김성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불법자금에 해당한다며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은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3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재임 시절 받은 뇌물로 보인다"라며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은 민법상 불법 원인급여에 해당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으며 재산분할에서 고려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법 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불법 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입법취지가 고려돼야 한다"라며 "뇌물로 조성된 자금은 반사회성과 반도덕성이 현저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최 회장이 SK 경영 과정에서 증여하거나 처분한 주식과 돈 가운데 사실심(2심) 변론 종결일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재산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이 한국고등교육재단, 친인척 등에 증여한 SK·SK C&C 주식과 급여 반납 등 927억원 상당의 처분 재산이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해당 재산을 혼인 관계 파탄 전 경영 안정과 지배권 확보 등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처분한 만큼 부부 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라며 "원심이 이를 분할 대상 재산으로 본 판단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 사람의 '세기의 이혼소송'은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환송됐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선고 직후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항소심 판단을 대법원이 명확히 잘못이라 선언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항소심의 법리 오해와 사실오인이 시정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억측이 해소되길 바라며 환송심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며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라고 밝혔고 2017년 이혼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돼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은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으로 늘렸다. 당시 항소심은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의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이 이를 불법 자금으로 판단하면서 재산분할 비율은 다시 조정될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