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표’ 논란 커지는데···한미 3500억 달러 협상, 국민 동의는 있나
정부, 美와 투자 협정 문구 조율 전망 거대한 외화 해외 유출될 사안인데 국회 보고나 국민 공론화 절차 생략
한미 간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협상이 사실상 타결 수순에 들어간다. 한국 정부는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투자 협정의 문구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협상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 동의 없는 혈세 보증’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고나 공론화 절차 없이 거대한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정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한국 협상단은 17일(한국시간 기준) 새벽, 워싱턴DC 백악관 OMB를 방문해 협상 관련 문구 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승인 직전 단계의 ‘최종 검토’ 절차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3500억 달러 펀드 가운데 현금 비중을 종전 한국측 입장보다 상당 부분 높이되 통화스와프를 일정 규모로 보장받는 형태로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간 3500억 달러 투자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는 국면에 협상 내용을 극도로 제한된 인원만 공유하고 있어 ‘백지수표’ 논란을 잠재울 공론화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 중 현금 출자 비율이 종전 5%에서 10~15%로 상향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민 세금 또는 연기금이 투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한미 협정이 단순 투자 협약을 넘어선다면, 향후 외환보유액과 국가채무 비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협상 세부를 공개하고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야당은 “국회 비준 없이 국가가 500조원 규모 해외펀드에 보증을 서는 것은 헌법상 재정통제권을 무시한 행위”라며 정부에 공식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선불(up front)’ 요구에 과도하게 끌려가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아직 협상 세부를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외 이해관계가 얽힌 대규모 투자 협정으로 문구 확정 전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국익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협상은 미국의 셧다운 상황을 고려해 백악관 OMB 승인 이후 트럼프 대통령 결재를 거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낸다”고 주장하며 ‘현금 우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발언이 협상 초안에 반영될 경우 정부의 부담은 단순 투자 수준을 넘어선 직접 현금 지출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