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국인, 2025년 한국인···캄보디아 납치 패턴 똑같다
中 피해자 “6층서 뛰어내려 탈출” 폭행·감금·이체 수법 3년 전과 판박이 전문가 “프린스그룹 계열 루트 가능성”
한국인 납치·살해 사건이 캄보디아 전역을 뒤흔드는 가운데 3년 전인 2022년 중국인을 상대로 한 유사 납치 사건이 이미 현지에서 보도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피해자들이 증언한 ‘고수익 일자리’ 미끼, 폭행·감금, 강제 이체 수법은 현재 한국인 사건의 전개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중국 매체 '업스트림뉴스'는 2022년 2월 22일 캄보디아에서 구조된 중국인 피해자 10명의 자필 진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진술서에 서명과 지문을 남겼으며 “캄보디아 내 온라인 사기 단지에서 폭행과 감금, 협박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21세 남성 샤오강(가명)은 ‘월 2만 위안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캄보디아로 들어갔다가 납치됐다. 그는 "피의자들의 ‘대본 암기’ 요구를 거부하자 폭행이 이어졌다"면서 "전기 고문 위협을 받다 6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병원에서도 감시를 받았는데 다행히 한 중국계 간호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샤오제(가명)는 “50여명의 밀입국자와 함께 온라인 도박 사기를 강요당했다”고 진술했다. 개인 명의의 은행계좌는 조직의 돈 세탁 통로로 이용됐고 탈출을 시도한 사람은 잡혀와 폭행당하거나 다른 단지로 되팔렸다.
25세 여성 리리린(가명)은 총으로 협박받으면서 자신의 알리페이·은행 비밀번호를 강제로 제출했고 30만 위안을 송금당했다.
이들의 증언에 등장하는 납치-감금-전매 구조는 현재 한국인 사건의 전개와 유사하다. 고수익 일자리를 내세운 모집책, 이동 후 여권 압수, 감금·폭행, 그리고 온라인 사기 강요로 이어지는 범죄 구조가 동일하게 반복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2년 중국인 피해 사례와 이번 한국인 납치 사건의 배후 조직이 동일하거나 프린스그룹(Prince Holding Group) 계열 루트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프린스그룹은 현재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초국가 범죄조직(TCO) 제재를 받고 있다. 한국인 납치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된 상태다.
한 국제범죄 분석가는 “2022년부터 캄보디아 내 스캠 단지들은 모두 동일한 관리망 아래 움직였고 프린스그룹 관련 산업단지가 주요 거점으로 지목된 바 있다”며 “중국인과 한국인 피해가 같은 네트워크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납치 범죄에 활용되는 주요 거점들이 신설되었던 시기도 2022년과 겹친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14일 보도한 '[단독] 논밭이 하루아침에 ‘범죄단지’로···캄보디아 신공항 옆에 세운 납치 거점'을 보면 2022년엔 논밭이던 프놈펜 인근 부지에 2024년 폐쇄형 단지가 신축돼 한국인 납치 조직의 범죄 거점으로 지목됐다.
2022년의 중국인 납치 사건은 당시 중국 내에서 잠시 보도됐을 뿐 현지 조사는 흐지부지됐다. 2025년 한국인 피해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과거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