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스타벅스 카드 대신 삼성 스타벅스 카드···현대 독점 시대 저물고 삼성·신한 '노 젓기'

현대, 스벅·배민 계약 만료···신규사 진입 핀테크·페이 결합으로 결제 생태계 확장 경쟁 격화에 수익성 줄어도 마케팅 효과

2025-10-15     허아은 기자
10년 가까이 P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현대카드 중심의 구도가 삼성·신한 등 경쟁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 배달의민족, 스타벅스

 

카드업계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현대카드 중심의 구도가 삼성·신한 등 경쟁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때 카드사가 조건을 제시하던 협상 구조도 이제는 브랜드가 적립률과 마케팅비를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카드는 최근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 등 주요 제휴 브랜드의 이탈로 PLCC 사업 구도에 균열을 맞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5일 삼성카드와 손잡고 ‘스타벅스 삼성카드’를 출시했고다. 반면 현대카드는 이날부터 기존 스타벅스 PLCC의 신규 및 교체 발급을 중단했다. 배달의민족도 신한카드로 파트너를 변경해 ‘배민 신한카드 밥친구’를 내놨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혜택을 특화한 상품이다. 브랜드는 자사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카드사는 소비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데이터 동맹’ 모델로 불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9개 전업 카드사의 PLCC 누적 발급 건수는 약 1397만 건으로 2년 전(773만 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PLCC를 도입해 시장을 개척했다. 네이버·대한항공·올리브영 등 대형 브랜드와 협업하며 2023년 기준 발급 건수 점유율 약 78%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요 브랜드의 계약 해지와 재협상 움직임이 이어지며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네이버 등 핵심 파트너의 계약도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삼성카드는 스타벅스와의 제휴를 시작으로 신세계·이마트·KTX·번개장터 등 생활·여가 전반으로 제휴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한카드도 배달의민족 외에 코웨이, 스타필드 등과 협력해 생활밀착형 혜택 중심의 PLCC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충성 고객 기반이 탄탄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맞춤형 혜택을 설계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과 결합한 ‘페이형 PLCC’가 확산되면서 경쟁 구도가 결제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토스 삼성카드는 토스페이·토스쇼핑 이용 시 최대 15%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 데이터를 플랫폼 내부로 집중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측이 마케팅비와 포인트 비용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어서다. 일부 브랜드는 실적 제한 없는 고적립률을 요구하며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와 인터넷은행의 진입도 카드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플랫폼 기반 금융사는 자체 앱 내에서 발급과 혜택 관리를 통합한 PLCC를 출시해 젊은 세대를 흡수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며 전통 카드사보다 빠른 고객 락인을 실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PLCC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카드사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신규 고객 유입 측면에서 마케팅 효과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본지에 "PLCC 다양화 속에서 데이터 활용력과 비용 관리 능력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