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를까 예의주시"···금값 고공행진에 은도 불티, 투자 유의점은
금값 고공행진, 개인자금 안전자산 이동 '금→은' 쏠림 심리 확산, 리스크도 봐야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은행권의 금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골드바 판매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의 2배를 훨씬 상회했다 최근에는 ‘금 열풍’이 ‘은’으로 번지며 실버뱅킹과 실버바 투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우리은행은 2일) 골드뱅킹 잔액은 1조5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가 포함된 이달 3~9일 사이에도 잔액은 지난달 말(1조4171억원) 대비 959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7308억원 늘며 지난해 말(7822억원)의 약 두 배 수준에 달했다.
골드뱅킹은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예금형 상품이다. KB국민·신한·우리 등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3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9월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며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골드바 판매도 급증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1~2일 이틀 동안 134억8700만원에 달했으며 일평균 판매액(67억원)은 지난달(51억원)보다 높았다. 올해 누적 판매액은 약 450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1654억원)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최근 금값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 강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심리도 이를 자극했다. 가격이 오르자 뒤처질까 불안해 따라 사는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확산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한층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주 현물 기준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10일 기준 1g당 19만9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보다 56.2% 상승한 수준으로, 이달 1일에는 20만3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편 금 투자 열기가 은으로 옮겨가면서 실버뱅킹과 실버바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의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달 42억7000만원으로 처음 40억원대를 돌파했으며, 이달 1~2일 이틀 만에 20억22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올해 누적 실버바 판매액은 104억59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8억원)의 13배가 넘는다.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실버뱅킹 상품을 판매하는 신한은행의 ‘실버리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이달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급등세를 보이며 지난주 현물 기준 온스당 50달러선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과 은은 모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성격은 다르다. 금이 불확실한 국면에서 자산을 지키는 방패라면, 은은 경기 회복기에 산업 수요가 맞물리며 움직이는 자산이다. 최근 자금이 금에서 은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단순한 불안 회피라기보다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와 실물자산 선호가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물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다시 ‘손에 잡히는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금에 이어 은 투자 열풍이 확산되는 배경으로 산업 수요와 성장 잠재력을 꼽는다. 박세헌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은은 산업 성장과 연계된 잠재력을 가진 자산이고 귀금속이면서도 절반 이상 수요가 산업에서 나오기 떄문에 경제성장 국면에서 수요와 가격이 동반 상승할 여지가 큰 자산"이라며 "은 가격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고 상승장에서는 더 큰 폭으로 올랐던 과거 사례도 있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은이 산업 수요에 기반해 장기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높은 변동성과 경기 사이클 의존성 탓에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경제 위기 시에는 산업 수요 둔화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조정될 수 있어 리스크 허용도가 높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성장형 자산이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