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격차'가 만든 22년만에 역전극···대만 1인당 GDP 韓 앞질러

대만 올해 경제 성장률 평균 5.3% 한국은 1% 수준으로 격차 벌어져 TSMC 등 테크수출 비중 60% 달해

2025-10-13     김성하 기자
대만의 1인당 GDP가 22년만에 한국을 추월하게 됐다. /연합뉴스

대만 경제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수출 호황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대만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한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1% 성장에 그치며 0%대 저성장을 가까스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양국의 1인당 GDP는 22년만에 대만이 한국을 추월하게 됐다.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5.3%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 4.5%보다 0.8%포인트 높고 대만 통계청(DGBAS)이 제시한 4.45%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IB들이 대만 경제의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한 달간 노무라와 JP모건을 비롯한 5곳의 IB가 대만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했다. 노무라는 8월 4.6%에서 9월 6.2%로 대폭 높였고 JP모건도 5.8%에서 6.1%로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3.5%에서 5.2%, 씨티는 3.5%에서 4.4%, HSBC는 3.3%에서 5.7%로 각각 상향했다. 

IB들이 눈높이를 끌어올린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급증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확산하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대만의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수혜의 중심에 섰다. 

대만은 올해 들어 대미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8월 기준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대를 기록해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JP모건이 0.8%에서 0.9%로 HSBC가 0.7%에서 0.9%로 각각 소폭 상향했지만 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변동이 없었다. 이는 대만의 두 자릿수 수출 성장세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정부와 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8066달러로 전망돼 한국(3만7430달러)을 22년만에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양국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 속에서 TSMC를 중심으로 공급망 핵심에 올라섰다"라며 "수출 증가율이 올해 4월 미국 관세 충격 이후에도 평균 30%를 웃돌며 경제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의 상호 관세율은 20%로 한국(15%)보다 높지만 테크 수출 비중이 60%에 달해 실질적인 충격은 크지 않았다"라며 "실효 관세율은 약 7~9% 수준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