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택 칼럼] 실버타운, 건강한 노후를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

[문성택의 실버행] '조기 대응 건강 안전망' 역할 사회적 교류로 우울감 낮아 다양한 가격대 모델 나와야

2025-10-10     문성택 유튜브\'공빠TV\'대표
실버타운은 노인의 건강을 지키고 마음을 지켜주는 생활 기반이다. 다만 비용과 실버타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모든 노인이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다. 실버타운이 진정으로 ‘모두의 울타리’가 되려면 정책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가격대의 주거 모델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침 햇살이 비치는 식당. 75세 김 할머니는 이웃들과 함께 따뜻한 아침을 나눈다. 한때 홀로 지내며 적막했던 식사가 이제는 웃음꽃 피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노후 주거는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건강과 삶을 지켜주는 울타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흐름 속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미국 – 조기 대응이 큰 병을 막는다

2023년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이 실버타운 거주 노인들을 2년간 추적한 결과는 흥미롭다. 응급실 방문은 늘었지만 입원율은 오히려 줄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은 증상일 때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탈수, 요로감염, 만성폐질환 같은 흔한 질환들이 큰 병으로 번지지 않고 며칠 만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실버타운이 ‘조기 대응 건강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또한 미국 Mather 연구소가 5년간 8200여명을 추적한 ‘Age Well Study’는 실버타운 거주자들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지적 웰빙이 지역사회 노인들보다 모두 더 높게 유지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교류와 지적 활동이 지속되며 사회적 고립을 막고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힘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일본 – 함께하는 일상이 건강의 비타민

2024년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실버타운 거주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우울감이 낮고 사회적 고립이 적었다. 그 배경에는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며 취미활동을 나누는 일상의 교류가 있었다. 한 입주자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만 있을 때보다 훨씬 활기차요.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제일 큰 힘이 돼요.”

‘혼자가 아니다’라는 안정감이 우울을 막고 신체 활동을 늘려 근육 손실을 줄여주었다. 결국 사회적 교류는 노후 건강을 지키는 비타민이 된 셈이다.

영국 – 의료비 절감과 낙상 예방

영국 애스턴대학교 연구팀은 NHS 데이터를 분석해 ‘엑스트라 케어 하우징’ 거주 노인들의 의료비가 평균 38% 절감되고 입원 기간도 1~2일 단축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낙상사고와 우울감도 크게 감소했다. 입주민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집에서 넘어질까 늘 불안했는데, 여기선 누군가 곁에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요.”

안전한 주거 환경과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이 노인의 건강을 든든하게 지켜준 결과다.

한국 – 예방 관리와 함께 사는 즐거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실버타운 입주자들을 조사해 보면 예방적 건강관리와 함께 사는 즐거움이 삶의 질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용인 레인보우빌리지는 의원·요양원·주간보호센터가 한 건물 안에 함께 있어 입주자의 건강 상태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공주 원로원 역시 실버타운·요양원·치매전담실·방문요양센터가 한 단지 안에 있어 다양한 건강 상태를 아우른다. 86세 박모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다.

“매일 텃밭에서 딴 채소를 이웃과 나누는 게 즐겁습니다.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활기가 생겼다니까요.”

이처럼 국내 사례 역시 병이 커지기 전에 지켜주는 예방 시스템과 공동체 생활의 힘을 잘 보여준다.

결론 – 현실적 과제와 우리의 내일

해외 연구와 국내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실버타운은 노인의 건강을 지키고 마음을 지켜주는 생활 기반이다. 다만 비용과 실버타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모든 노인이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다. 실버타운이 진정으로 ‘모두의 울타리’가 되려면 정책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가격대의 주거 모델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통계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오늘이자 곧 우리의 내일이라는 점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부모님 세대 어르신들은 홀로 병과 싸우고 계실지 모른다. 실버타운은 그런 분들께 함께 웃고 살아갈 수 있는 오늘과 내일을 드릴 수 있다.

부모님이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자신도 기대어 쉴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실버타운이 향해야 할 길이며 우리 사회가 제도와 인식을 함께 바꿔 더 많은 어르신에게 제공해야 할 울타리다.

여성경제신문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 mst2000@hanmail.net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

문성택 공빠TV 대표는 한의사로 25년간 의료현장에서 진료하며 행복한 노후의 집을 연구하고 있다. <실버타운 올가이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의 집>, <행복 계약서>를 펴냈고,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통해 고령자 주거, 실버타운, 요양시설 정보를 24만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정부·지자체·학회 등의 정책 자문과 강연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