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반중시위, 표현의 자유와 국익 사이
[신율 칼럼] 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증오 확산되기 전에 차단할 필요 시위 성격, 주장 분석 맞춰 대응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괴담과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인종차별적 집회 역시 계속되고 있다"며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 백해무익한 자해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반중 시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APEC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반중 시위가 중국 공산당 체제를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인 전체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 시내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중국인을 향한 혐오, 즉 그들을 우리나라에서 내쫓자는 식의 주장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 것이다. 특정 민족에 대한 편견은 증오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오가 확산되기 전에 반드시 차단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주장들은 극우 세력의 전형적인 논리 구조를 띠고 있어 우리 정치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일본에서는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이 탄생할 예정인데 해당 인물은 극우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러한 성향의 총리 취임과 최근 대두되고 있는 극우 정당의 성장이 맞물릴 경우 일본 정치에 상당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참정당'은 대표적인 극우 정당으로 분류된다. 참정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유사하게 '일본인 퍼스트(日本人ファースト)'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이 미국에 의해 사실상 점령된 상태라고 주장하며 주일 미군 철수를 통한 '일본 탈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유입이 일본인의 일자리, 임금, 치안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제한과 외국인 및 유학생에 대한 각종 혜택 철폐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극우의 주요 특징인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일본에서 극우화 경향이 대두될 경우 외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것이고 정치도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극우화 경향은 사전에 봉쇄돼야 한다. 즉 특정 민족을 폄하하거나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행위, 그리고 증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돼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반중시위가 단순히 중국인을 혐오하는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는 제지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반대로 반중시위가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는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간주돼야 한다. 여기서 중국의 팽창주의란 외국의 정치에 개입하려는 시도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 및 홍콩의 심각한 인권 상황과 정치적 탄압을 고려하면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판은 충분한 정당성을 가진다. 이러한 이유로 반중 시위가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표현과 양심의 자유에 속하며 이를 억압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 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는 반중시위를 일괄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시위의 성격과 주장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차별화된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특히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조건적인 시위 억압은 곧 국민 주권 억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반중 시위의 성격을 명확히 분석하고, 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부라면 어떠한 외교적 고민이 있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며 억압적 정권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지 않아야 한다. 최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자택 인근 거리에서 수갑을 채운 채 체포한 장면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은 단지 구호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우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