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110억 달러 프로젝트, 중국 자금 대거 투입
중국 4대 국책은행, 자푸라 프로젝트에 30% 이상 금융 제공 블랙록 주도 110억 달러 합작에 중국 펀드는 불참 미·중 갈등 속 투자·자금 흐름 엇갈리며 중동 판도 변화
중국 주요 국책은행들이 사우디 아람코의 자푸라(Jafurah) 가스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고 미국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부펀드들은 미국 블랙록이 주도한 합작 투자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행, 공상은행(ICBC), 건설은행(CCB)은 각각 약 10억 달러, 농업은행은 약 7억5000만 달러를 자푸라 가스 프로젝트에 제공했다. 전체 프로젝트 금융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계 은행이 책임진 셈이다. 자푸라 가스 프로젝트는 미국 외 지역에서 최대 규모 셰일가스 사업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아람코는 지난 8월 미국 블랙록 산하 글로벌인프라파트너스(GIP)가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110억 달러 규모 ‘리스-백리스(lease-and-leaseback)’ 계약을 체결했다. 가스 처리 시설을 20년간 임대하는 조건으로 아람코는 51%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49%는 컨소시엄이 보유한다.
다만 중국 국부펀드들은 지분투자 참여 기회를 제안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중국 펀드가 불참한 이번 사례는 2022년 아람코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당시와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중국 실크로드펀드와 차이나머천츠캐피털이 블랙록·싱가포르 케펠과 함께 투자에 나섰다.
자푸라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천연가스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가스 생산량을 2021년 대비 60%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 투자사 루네이트(Lunate) 등이 참여했다. 아람코, 블랙록, 무바달라, 루네이트는 모두 로이터 통신에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4대 은행과 미·중 정부 역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4월 “중국 정부가 국부펀드에 미국 사모펀드 및 미국 노출이 있는 비미국 운용사와의 거래를 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홍콩 기반 CK허치슨의 228억 달러 규모 항만 매각 계획도 논란을 낳았다. 허치슨은 파나마 운하 포함 43개 항만을 블랙록-MSC 컨소시엄에 매각하려 했지만 베이징의 반발로 협상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는 중국 국영 해운사 COSCO를 새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사우디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2023년에는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수십 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역내 협상 구도가 흔들린 배경에도 베이징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