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환자 26만 시대···진단은 비싸고 약은 없고 인식은 제자리
진료 인원·비용 2020년 대비 3.2배·3.6배로 증가 검사비 부담·불안정한 약 수급·편견 등 '삼중고' 전문가 "필요 없는 사람들의 약물 오남용 문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료 인원이 급증하고 있으나 잘못된 인식과 약물 오남용으로 ADHD 환자의 치료가 난항을 겪고 있다. ADHD에 대한 인식이 가볍고 치료제가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오인되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DHD 및 치료제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실제 유병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9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ADHD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DHD 진료 인원은 26만334명, 총 진료비는 2402억83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대비 각각 3.2배, 3.6배로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런 증가세에도 ADHD에 대한 편견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해지고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과거에 비해 ADHD가 각종 미디어와 SNS에 등장하면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신경 발달 장애'이자 '정신질환'이라는 인식은 아직도 부족하다.
ADHD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편견이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DHD 판정을 받은 A씨(여·30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이 덜렁거리거나 일에서 실수할 때 "나 ADHD 생겼나 봐"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라며 "ADHD는 정신질환임에도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나쁜 버릇으로 취급받는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만연하다 보니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ADHD 판정을 위한 초기 검사 비용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ADHD 검사 비용은 12만원 정도이며 동반 질환이 있다면 다른 검사도 함께 진행돼 가격이 더욱 올라가게 된다.
A씨도 2023년경 우울증과 ADHD 증상이 같이 있었을 때 필요한 검사 비용이 약 5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 의사의 의뢰로 인한 검사였기에 30만원 까지 비용이 줄어들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검사비만 지원받아도 좀 더 편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약물 오남용 문제도 환자들의 치료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힌다. 약물 치료는 ADHD 치료법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배승민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본지에 "비용과 시간 대비 가장 효율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약물 치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ADHD 치료제로 꼽히는 콘서타(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 등이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오인당하면서 오남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용 마약류 메틸페니데이트(ADHD 치료제)의 처방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 사람이 25건의 처방을 통해 ADHD 치료제 6120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인물이 2021년부터 5년 6개월간 받은 ADHD 치료제 처방량은 3만3976개에 달했다.
이런 무분별한 남용은 공급의 차질로 이어졌다. 콘서타를 공급하는 한국얀센은 지난해 4월부터 각 용량(18·27·36·54㎎)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이들은 원료 수급과 수요 증가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공급 차질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각 용량의 공급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원활한 처방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또 다른 치료제인 '메디키넷'도 독일 현지 제약사가 공급 물량을 줄이면 수급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 환자는 지난봄 병원에서 콘서타와 메디키넷 재고가 소진돼 약을 처방할 수 없다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만 5세가 되지 않은 영유아도 ADHD 치료제를 처방받으면서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0~4세 영유아에게 처방된 ADHD 치료제가 총 3만8456정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처방의 상당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형태로 이뤄져 ADHD로 정식 진단을 받지 않았음에도 약물을 처방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오남용으로 ADHD 치료제에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환자 중 일부는 ADHD 치료제의 부작용을 걱정해 복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배 교수는 "꼭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부작용 걱정에 치료를 받지 못해서 병을 키우는 데 치료가 필요 없는 아이들이 오용 문제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ADHD가 널리 알려지면서 SNS상에서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지난 3월 온라인 매체 '기가진'은 최근 틱톡에서 ADHD 관련 영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중 절반 이상은 부정확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ADHD' 태그가 달린 틱톡 영상 중 가장 많이 본 100개를 분석한 결과 임상 가이드라인에 맞는 내용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영상 제작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그것이 모든 ADHD 환자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 해당 영상들은 총 5억 회 이상 조회됐다.
ADHD 진료 인원이 급증하며 질환의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대중의 이해가 이를 따라잡지 못해 환자의 고통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검사비 지원 및 인식 개선, 약물 공급 안정화 등 다양한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