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소비쿠폰 효과는 왜 반짝이었나···지출 ‘착시’에 제로섬

계획했던 소비를 대체 내수·수출 이중 침체 해법은 투자·구조개혁

2025-10-02     이상무 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신청 첫날인 지난달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해 반짝 살아난 내수 경기가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대내외적 경제가 주춤한 상황에서 소비 쿠폰 정책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4% 떨어지며 1년 반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7월에는 소매판매가 7월 21일부터 지급한 소비쿠폰 효과로 2.7% 늘어났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소비쿠폰을 지급하면 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 되는 측면이 있다. 인위적 소비를 늘린 효과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적절한 재정 투입이 국민경제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현장에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 쿠폰의 한계는 지급된 금액이 모두 '새로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쿠폰을 받더라도 원래 계획했던 소비를 현금 대신 쿠폰으로 대체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추가적 지출이 발생하기보다는 기존 지출의 결제 수단만 바뀌는 '제로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현금이 남으면 개인 자산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이미 기본적인 소비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쿠폰은 그들의 지출을 추가적으로 늘리기보다는 '할인 혜택'으로 인식되어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는 쿠폰이 실제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질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이들의 소비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정부의 재정 적자로 돈을 풀고, 이것이 다시 서울 부동산으로 몰려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환율에도 부담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구 구조나 경제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국가 채무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 중독은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활성화 전망은 밝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수출은 반도체(166억 달러)를 제외하면 주요 품목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관세 부담 속에 1.4% 줄었고 자동차(-2%), 철강(-15%)이 직격탄을 맞았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상이 교착되며 관세 충격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3% 잠재성장률 목표를 위해선 확장재정과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기업 투자와 혁신 역량 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으로 신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반(反)기업 규제를 걷어내야 내수와 고용을 살린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관촌 기업들이 사실상 근무시간 제한 없이 신기술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 기업은 주 52시간제·노란봉투법 등 규제에 놓였다.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선순환 고리가 막혀 있는 셈이다.

IMF는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므로 신뢰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세워야 한다”고 재차 경고했다. KDI와 한국은행 역시 무리한 확장재정에 우려를 표했다. 내년 국고채 원리금 상환액만 150조7000억원에 달해 정부 총수입의 22.4%가 빚 갚기에 쓰인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