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희 더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괜찮아? 괜찮지 않아!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이 집중해서 들어주길 바랐습니다. 그날은 학생들이 유난히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인데 주저 없이 자유롭게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피곤했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났습니다.
“지금부터 친구와 말하는 사람은 앞에 나와서 서 있기로 하겠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아이도 있었지만 흘낏 보고 다시 옆의 친구와 이야기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을 지목해서,
“00이, 앞으로 나오세요. 여기 서 있으세요!”
“···”
대답은 하지 않고 일어서는 학생의 얼굴에는 의아함과 억울함이 보였습니다. 저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짐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약간 긴장하며 말을 멈추는 듯 보였습니다. 결국 5명이 앞에 나와 섰습니다. 그날의 수업은 원활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선생님의 기분 살피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퇴근길에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내가 한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생각했고 최선이 아니었다는 분명한 결론이 바로 따라왔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가족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는 말에 마음이 조금 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습니다. 내 마음이 괜찮지 않은데 상대가 내 마음을 괜찮다고 결정할 수 있는 걸까요?
이때 가족이,
“그런 일이 있었구나? 괜찮아?”라고 질문했다면 선생님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괜찮지 않아···.”
“안 괜찮구나?”
“응! 많이 후회돼!”
“많이 후회되는구나···. 학생들을 존중하면서 수업하고 싶었던 거지?”
“응! 나는 오늘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았어. 존중한다면 교사 마음대로 결정해서 앞에 나와서 있으라고 하지 않아야 해···.”
“학생들의 의사를 듣고 싶었던 거야?”
“응.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해.”
“학생들을 존중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과 네 의견을 들어보고 어찌할지 결정한다는 거지?”
“응.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친구와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봐야 했어. 시간이 걸렸겠지만···.”
“그치, 그렇게 하면 시간이 꽤 걸렸을 거야.”
“시간이 걸려도 교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학생의 의견을 들어본 후 한 결정이 내가 혼자 한 결정과 같을지라도···.”
“그때는 물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어?”
“아니, 들었었는데, 묻고 싶지 않았어. 존중하고 싶지 않았거든. 말하고 나니 이것이 더 부끄럽다···.”
“부끄럽다는 마음이 이해되네···.”
“고마워!”
내 마음이 “괜찮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을 “괜찮아!” 말하는 것은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괜찮아?”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누군가가 나의 상황이나 마음에 대해 괜찮다고 말할 때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진짜 내가 괜찮은지를···. 그리고 대답하면 됩니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곰곰이 생각해 볼게.”
“괜찮다는 말 대신 괜찮은지 물어봐 줄래?”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혼란스러워. 나는 지금 괜찮지 않거든···.”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여성경제신문 고현희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이사장 anyangkh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