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평내궁집 전통 혼례 참관하며 '케데헌' 열풍을 생각해 본다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남양주 평내궁집 전통 혼례 참관 전통 혼례 외국인 참관 코스로 <케데헌>을 이어갈 소재로 활용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이 뜨겁다. 9월 22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케데헌>의 누적 시청자 수가 3억1420만 회를 기록했다고 한다. OST 삽입곡 ‘골든’도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1위를 동시에 석권하며 ‘케데헌 신드롬’을 이어가는 중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듣고 자랐던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감나무에 열린 감이 불그스레 익어가는 가을의 문턱이다. 주말에 특별한 행사가 있다고 해서 전통 혼례가 열리고 있는 남양주 평내 궁집을 찾았다. 결혼을 앞둔 조카가 마침 주인공을 뽑는다는 공모에 응모하여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되어 전통 혼례가 열린다고 해서다.
남양주 궁집은 역사적인 흔적이 묻어나는 곳이다. 조선 21대 영조 대왕의 막내딸 화길 옹주가 11살 나이에 구민화에게 시집가자 영조가 그녀를 위해 지어준 집이다. 영조는 친히 궁궐의 대목장과 건축자재를 보내 아끼던 막내딸이 살 집을 지어줬다.
이 행사는 평내 전통문화 보존회의 주최로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무료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 남양주 주광덕 시장과 김영길 평내동 주민자치회장이 수고를 하셨다.
곳곳에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도 만들어져 가족과 함께 찾아 즐거운 추억을 쌓기도 했다. 이 행사는 궁집을 찾는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어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알리는 홍보의 목적도 있다고 한다.
처음 찾아본 남양주 궁집은 아담한 산자락 계곡에 한옥으로 지어진 기와집과 군산, 용인에서 사들인 초가집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의 연꽃 그리고 궁집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이 잘 어울려 고풍스러운 모습이었다.
혼례 장소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신혼부부의 화합과 조화로운 새출발을 기원하는 의미의 청사초롱이 길게 걸려있어 행사를 빛내고 있었다. 궁집은 왕족이 살던 집답게 문화유적의 가치는 물론 한옥의 건축적 아름다움이 곳곳에 묻어 있다. 그중에 다실 앞 연못에 한 발을 내딛고 한껏 자태를 뽐내는 누각의 멋진 모습은 압권이었다.
연꽃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연못을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 행사를 준비하는 전통복 차림의 사람들이 잔칫날임을 알게 한다. 가마꾼들은 흰색 바지저고리 옷을 입고 이마에는 흰 천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옛날에도 잔칫날이면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에 들썩거렸다. 온 동네 사람이 춤과 노래는 물론 음식을 먹으며 축제를 즐겼다. 지나가던 거지도 한 상 베풀어 구석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곤 했다. 요즘 결혼식장은 상품을 찍어내듯 길어야 한 시간에 한 팀씩 일사천리로 시작되어 끝나곤 한다.
혼례는 군산집 계단식 뒷마당에서 열렸다. 일찍부터 많은 사람이 계단에 앉아 혼례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전 행사로 지자체와 평내 전통문화 보존회의 인사 말씀이 있었다. 궁집에서 열리는 만큼 왼쪽에는 전통 예복을 갖춰 입은 취타악단이 들어앉아 각종 악기로 궁중음악을 들려줄 태세다.
이에 앞서 한국음악을 알리는 K 소리 악단의 노래가 흥을 돋웠다. 요즘 <케데헌>의 열풍과 더불어 OST 삽입곡인 ‘골든’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이들은 조수미의 '챔피언'과 김연자의 '아침의 나라' 노래를 계속해서 들려줬다.
이어 시니어들로 구성된 농악단이 징과 꽹과리 등을 치면서 등장했다. 농악은 옛날부터 행사가 있을 때면 행사장 곳곳에서 열려 익숙한 악기다. 직접 노래를 부르지는 않지만, 악기와 춤과 추임새 등 역동적인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잠시 후 취타악단의 엄숙하면서도 무게 있는 연주 음악으로 전통 혼례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특별히 두 쌍의 신혼부부가 합동 혼례를 한단다. 맨 앞에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청색, 홍색의 목각 기러기 모형을 들고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쓴 도우미가 들어섰고 여성 도우미들이 뒤를 따랐다.
이어 신부가 탄 꽃가마를 가마꾼들이 메고 따르고, 조금 뒤로 신랑이 사모관대를 하고 들어섰다. 이들은 중앙에 대례 상을 향하여 자리를 잡았다. 기와집 마당 대례상 뒤쪽으로는 10폭 병풍이 쳐져 있다.
대례상을 중심으로 양쪽의 신랑·신부가 서로 번갈아 가며 교배례로 부부의 도리를 맹세하는 맞절을 하였다. 주례사가 이끄는 대로 몇 차례의 순서가 이루어졌고, 합근지례로 표주박 잔에 술을 따라 나눠마셨다.
술을 나눠마시는 의미는 훌륭한 남편과 현명한 아내의 다짐을 약속하는 것이라 한다. 또한 청실홍실을 손에 묶는 것은 부부의 연을 잇는 뜻이라 했다. 예법에 따라 주례는 이들에게 친절히 알려주며 혼인을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에서는 신혼부부끼리, 가족과 함께, 그리고 친지와 동료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어 전통 혼례가 끝나고 식후 공연으로 이어졌다.
신랑이 사모관대에 의관을 차려입은 모습이나 신부가 한복 활옷과 족두리, 비녀, 댕기 머리를 하고 꽃무늬 절수건을 양팔에 걸친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전통혼례뿐 아니라 식전 식후 풍물패와 소리꾼들의 행사도 좋았다.
또한 잔칫집에서 먹을 것이 없다면 조금은 섭섭한 일이다. 행사장 뒤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방금 쪄온 따뜻한 인절미와 꿀떡 등이 오미자차와 함께 관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고 수십명의 행사 도우미가 수고를 했고 멋진 행사로 마무리되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이런 전통적인 행사를,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기회가 제공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기왕에 관광회사와 연계하여 전통 혼례 참관 코스로 하나 넣었으면 좋겠다.
전통 혼례의 모습, 궁중 악단 같은 취타악단의 국악, K 소리꾼의 노래와 풍물패들의 흥겨운 놀이가 그들을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지금은 세계가 <케데헌>의 한국 열풍에 빠져있지 아니한가?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