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사다리 끊겼다"···축소지향 韓 기업 생태계에 스케일업 '절실'
'좀비기업' 비중 역대 최대치 경신 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갈수록 축소 스타트업, 벤처투자 감소로 자금난 "민간 자본시장 활성화로 도약해야"
국내 기업 성장 생태계가 갈수록 축소지향형으로 흐르면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성장생태계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 감소 △한계기업 비중 확대 △중간허리 기업 축소 등 징후가 뚜렷하다며 스케일업 중심의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기업 생태계는 2016년을 전후로 사실상 축소 국면에 들어섰다.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명대 수준으로 줄었다. 공장 자동화 영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소규모 기업만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 비중도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 비중은 2014년 14.4%에서 2017년 13.6%로 잠시 낮아졌다가 다시 늘어 2024년에는 17.1%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계기업 노동생산성은 정상 기업의 48% 수준에 그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거치는 '중간허리' 기업 감소도 뚜렷하다. 종업원 50~299인 규모 기업은 2014년 1만60개에서 2023년 9508개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지원은 사라지고 규제는 늘어나면서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는 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생산성 둔화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6~2018년 평균 2.1%에서 2020~2022년 0.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OECD 24개국 평균은 0.5%에서 1.7%로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내 자원배분 비효율성은 1990년대 평균 54%에서 2010년대 99.4%로 상승했고 최근(2020~2022년)에는 108%까지 치솟았다.
대한상의는 생산성 높은 기업이 제때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스타트업 초기 자금 지원 확대 △AI·첨단산업 중심 민간 자본 역할 강화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체계 혁신 △기업 규모별 지원에서 산업 생태계별 지원으로 전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8년간 생산성이 빠르게 상승하지만 벤처투자 위축으로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벤처 투자는 2021년 15.9조원에서 2023년 10.9조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도 11.9조원에 그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현재와 같은 축소지향형 기업 생태계에는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저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다"라며 "보호 중심의 중소기업 정책을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민간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스케일업을 촉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