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24시간 前 프로토콜로 미리 보는 국가 마비 순간
합의 실패시 자동 방아쇠처럼 작동 지속 기간 따라 경제적 충격 확산 JP모건 경고 금융 자본 이해 직결 득 보는 국가는 中이란 구조적 모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예산안 합의 실패라는 정치 이벤트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일종의 자동 발동 프로토콜에 가깝다. 법적 장치가 방아쇠처럼 작동하면서 의회가 타협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30일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4시간 뒤인 10월 1일 새벽 1시까지 의회가 단기 지출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셧다운에 돌입한다. 이미 하원에서 부결된 7주짜리 예산안은 재표결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핵심 쟁점인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두고 양당이 평행선을 달리는 탓에 마감 시한을 넘길 공산이 커졌다.
미국 헌법 제1조는 세입·세출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한다. 대통령이 예산안을 제출해도 상·하원이 법안으로 통과시키지 못하면 지출 권한은 소멸한다. 이를 보완하려 만든 것이 임시 지출법안(Continuing Resolution)인데 이마저 실패하면 셧다운이 발동한다. 즉, 셧다운은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라는 점에서 미국 정치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그렇게 셧다운이 발동되면 필수 업무만 유지된다. 군대, 국경수비, 항공관제, 사회보장 연금은 멈추지 않지만 대다수의 행정은 정지된다. 공무원은 무급휴가를 가야 하고 경제 통계는 발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셧다운 자체보다도 그 지속 기간이 훨씬 큰 파장을 낳는다.
이번 셧다운 논란은 단기 지출법안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촉발했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삭감을 고집했고, 민주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민주당 책임론”을 내세우며 오히려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있다. 셧다운의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곧 내년 중간선거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충격은 단계적으로 다가온다. 1주일 내외라면 단순한 행정 지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달 이상 길어지면 기업 투자와 소비심리에 직접 타격을 준다. 3개월을 넘어가면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심각한 결과가 뒤따른다. JP모건과 무디스가 경고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행정 공백을 넘어 정치적 자해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셧다운 돌입 시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곧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가치 하락, 즉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는 셈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곧바로 국채 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이는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을 늘릴 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린다.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를 자초하는 자기충격이 된다. 국가 부채 논란을 넘어 셧다운이 금융질서를 흔드는 이유다.
그럼에도 JP모건이 굳이 이런 경고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시장 대비를 위한 정보 제공이지만 정치적 맥락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불안을 빌미로 더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 이는 결국 금융 자본의 이해관계와 직결된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셧다운은 민주당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동시에 금융권의 압박을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권이 서로의 위기를 교환하며 이중 게임을 벌이는 셈이다.
더 나아가 셧다운은 달러 패권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신뢰를 흔든다. 국가가 스스로 기능을 멈추는 모습은 동맹국과 투자자에게 달러의 안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JP모건이 경고한 ‘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한 등급 변화가 아니라 달러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균열 신호다.
가장 득을 보는 국가는 중국일 수 있다. 미국 정치의 혼란이 격화될수록 위안화 국제화 논리에 힘이 실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역시 중국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왔고, 위안화 채권과 중국 내 금융 서비스 확대를 적극 지지해왔다. 금융적 중립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미국의 재정 불안을 부각시켜 중국이 원하는 결론을 간접 대변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셧다운은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서로를 인질로 삼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의회는 법률을 무기화하고, 대통령은 셧다운 책임을 선거 전략으로 돌리고 금융권은 신용등급을 흔들며 이익을 챙긴다. 이러한 삼각 구도 속에서 피해자는 미국 국민과 글로벌 경제 전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