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국 전기차 '테스트 베드'···샤오펑 국내 진출, BYD 성과 지켜봐야
BYD, 지커 이어 세 번째 국내 상륙 ADAS·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선점 中 전기차, 보수적 韓 시장 시험대 "고가 '메이드인차이나' 선택 안 해"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Xpeng)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국내 진출 채비에 나섰다. 비야디(BYD), 지커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 전기차 업체로 좁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을 택한 전략적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샤오펑은 지난 6월 '엑스펑모터스코리아'를 설립하고 등기를 완료했다. 연내 인력 세팅과 딜러사 모집을 가시화할 계획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품 인증을 마치고 2026년 1분기 소비자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키 구 샤오펑 기술위원회 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한국과 일본 시장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샤오펑의 국내 진출설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최고위 관계자가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샤오펑은 지난 2분기 자동차 사업 매출은 168억8000만 위안(약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6%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도 17.5% 늘었으며 적자 규모는 9억4800만원 수준으로 62.8% 줄었다. 업계에서는 샤오펑의 조기 흑자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력도 상당하다. 회사는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레벨4 전기차,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휴머노이드 로봇 등 AI 모빌리티 신제품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 양산에 성공한다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잇단 한국 진출은 BYD의 영향이 크다. BYD는 올해 1월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입한 뒤 8월까지 1974대를 판매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약 1%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부문에서는 신생 브랜드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고 있다고 본다. 내수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한국은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르고 소비자 요구 수준이 높다. 특히 '메이드 인 차이나'에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성과를 거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국내에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관문으로 활용해 브랜드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커와 샤오펑처럼 '가성비' 대신 고급화를 내세운 모델의 국내 시장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BYD의 '아토3'는 가성비가 있어 판매량이 2000대 수준까지 올랐지만 '씰'과 '씨라이언7' 같은 비교적 고가 모델은 소비자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커와 샤오펑 같은 고급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가 굳이 메이드 인 차이나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 결국 이들의 전략은 BYD의 실적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