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저작권 대책은 언제"···업계 요구에도 미적거리는 정치권

중소벤처기업부 "발전 위해 TDM 면책 도입 예정" 종사자·정부 모두 만족하는 협의 위해 노력해야

2025-09-29     김민 기자
AI 활용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가운데 창작 업계가 정치권에 실효성 있고 현실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연합뉴스

AI 활용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가운데 창작 업계가 정치권에 실효성 있고 현실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AI 발전과 창작자 및 업계의 상황을 조율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의 AI 저작권 관련 대책이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 '중소기업 AI 활용 및 확산을 위한 법안(가칭)'을 마련해 이달 중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의 핵심으로는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면책 조항이 꼽힌다.

TDM이란 AI가 텍스트·이미지 등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이나 규칙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때 AI가 활용하는 대량의 저작물에 한해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TDM 면책 조항이다. 일본과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에선 이미 법제화가 된 상태다.

한국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관한 규정이 있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을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TDM 면책 조항을 도입한 것이다.

창작 업계에서도 AI의 도입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AI 활용 및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I를 만화나 웹툰에 사용할 때 어떤 부분까지 허용하고 선은 어느 정도인지 기준이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이런 것들이 제시된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플랫폼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작품을 만들 경우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역시 AI를 활용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AI 활용에 눈치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AI 활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 작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저작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냐는 질문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 관련 분쟁의 경우 AI가 아니더라도 표절이나 침해에 있어서 입증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표절 시비가 붙었을 때 단순히 유사성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의거성, 즉 고의로 다른 작품을 베낀 것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I와 엮일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유행했던 지브리풍 AI 그림을 들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4)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화풍을 따라한 AI 그림 생성이 지난 4월에 화제가 된 바 있다. /연합뉴스

해당 사례의 경우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한정했을 때는 표절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반적으로 그림체 등 화풍의 경우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 저작권법상 표현만 저작물로 보호되고 아이디어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AI가 생성한 작품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화풍을 넘어 실제 작품이나 그림과 유사한 점이 있다면 침해라고 볼 수도 있다.

반면 AI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정당한 권한 없이 타사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AI에 학습시킬 경우 이는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학습했다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TDM 면책 조항처럼 AI 발전을 위해 학습 시 저작권 관련 규제도 완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하급심이긴 하지만 판결에서 AI 학습의 경우 공정 이용에 해당해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이에 심민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본지에 "우리나라는 미국 판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학습 시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복제하고 학습하면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사람이 학습하고 직접 결과물을 내는 것과 인공지능이 학습 후 결과를 생산하는 건 다르다"라며 AI 학습 시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한 논쟁점을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련 문제를 업계와 계속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난 1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정감사에 나올 만한 51개의 결정적 질문에서도 AI 저작권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종사자들은 결국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제시하고 창작자·플랫폼·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규제 완화에 그칠 게 아니라 저작권 보호와 AI 발전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