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간격은 넓고 가격은 비싸다···레켐비·키선라 유럽 대결 시작
EC, 키선라 조건부 시판 승인, APOE4 동형환자 제외 주사 간격 4주 vs 2주, 비용·부작용 관리 차이 뚜렷 레켐비와 양강 체제, 국내 임상 2027년 종료 예정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열렸다.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Donanemab)’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조건부 시판 허가를 받았다.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에 이어 두 번째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신약이 유럽 환자에게 투여될 수 있게 됐다.
29일 유럽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키선라의 조건부 승인은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MCI)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 가운데 APOE4 유전자가 없거나 1개인 경우에 한해 허용됐다. 반면 APOE4 동형접합자(2개 보유)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발생률이 55.9%에 달해 안전성 우려로 처방에서 배제됐다.
EC는 “특정 집단에서만 약물의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며 “엄격한 조건과 위험 관리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심 근거는 글로벌 임상 3상 ‘TRAILBLAZER-ALZ 2’다. 이 연구에서 키선라 투여군은 1년간 인지 기능 유지율이 47%로 위약군(29%) 대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또 치료 기간이 길수록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이 18개월간 최대 84%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작용인 ARIA는 전체 환자의 36.8%에서 발생했고 이에 릴리는 초기 투여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이는 ‘TRAILBLAZER-ALZ 6’ 임상 결과를 제시했다.
경쟁 구도는 레켐비와의 비교에서 뚜렷하다. 레켐비는 2주 간격 정맥 주사, 키선라는 4주 간격 주사라는 차이가 있다. 연간 비용은 키선라 약 3만 2000달러(약 4400만원)로 레켐비 2만 6500달러(약 3500만원)보다 비싸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이 제거되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 가능성을 내세운다.
반면 안전성 면에서는 레켐비가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효능·부작용 논란으로 사실상 퇴출된 뒤, 레켐비가 작년 FDA 승인 후 분기 매출 1900만 달러(26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을 열었다. 여기에 키선라가 가세하면서 글로벌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시장은 본격적인 양강 체제를 맞게 됐다.
국내 상황도 연결된다. 교보증권은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2월부터 가교임상이 시작돼 2027년 6월 종료 예정”이라며 “국내 제약사는 유사 기전 신약 개발은 없지만 항체 치료제 생산 수요 확대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완치’가 아닌 ‘진행 억제’라는 공통의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주사 편의성과 부작용 관리 차별화가 향후 시장 점유율을 가를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