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신 내고 사후 청구한 '응급대지급금' 430억 영영 못 받아
10년간 상환율 10%, 596억 미회수 이중 '결손' 처분 430억 영구 손실 서명옥 "공단이 직접 징수 나서야"
응급환자의 진료비를 정부가 대신 지급한 뒤 사후 청구하는 ‘응급대지급’ 제도의 상환율이 최근 10년간 10%에 그쳤다. 이 기간 596억8600만원이 미회수됐고 이 중 430억여 원은 결손 처리돼 사실상 영구 손실로 남았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응급대지급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응급대지급 총 6만3569건에 대해 684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중 상환은 2만8335건에 그쳤다. 금액은 약 87억4400만원(12.7%)이다.
상환되지 않은 금액 중 소멸시효(3년)에 달했거나 징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받은 ‘결손’ 처분은 4만8867건으로 무려 430억3800만원 규모에 달했다. 10년간 지급된 금액의 63%는 영원히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미상환 결손금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10만~50만원’이 전체 결손의 46.8%를 차지하는 2만2889건(49억6962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10만원 미만’도 1만6886건(8억3717만원)으로 35% 가까이 차지했다. 소액일수록 체납자들이 진료비를 갚지 않는 경향이 드러난 셈이다.
뒤를 이어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3585건·24억9282만원)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2051건·29억667만원)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917건·22억4209만원)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551건·19억813만원)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380건·16억9204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체납 기간은 ‘3년 이상’이 7036건(88억289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체납 기간은 심평원이 응급대지급금을 지급한 이후 구상권 등을 행사해 상환 절차를 진행한 기간이다. ‘2~3년 이내’는 2896건(70억4418만원), ‘1~2년 이내’는 2728건(74억7271만원)이었다.
이처럼 체납액이 쌓이는 원인 중 하나로는 비효율적인 징수 시스템이 꼽힌다. 현재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통해서만 체납자의 상환 능력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건보공단을 거쳐 체납자가 상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금융결제원을 통해 ‘직접 압류’를 진행하게 되는데 만일 체납자의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건보공단을 통해 배우자나 가족의 상환 능력을 확인한 뒤 직접 압류 절차를 밟게 된다. 건보공단의 협조 없이는 징수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심평원이 파악한 ‘고의 체납’ 사례는 10년간 613건으로 집계됐다. 체납자의 건강보험료가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 생계비(월 185만원 이하)에 상응하는 ‘13만원 미만’보다 높은 사례다.
서명옥 의원은 응급대지급금의 상환율을 높이기 위해 건보공단이 직접 징수 업무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서 의원은 “응급대지급금이 낮은 징수율로 눈먼 돈으로 전락할 위기”라며 “응급대지급금의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4대 사회보험(건강·국민·고용·산재보험) 통합징수 업무를 수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