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위기 돌파 카드 '애플' 꺼냈다···'美 반도체 공기업' 변신 가속

인텔-애플 투자 협상 ‘초기 단계’ 보도 제시 카드, 지식재산권·파운드리 협력 성사 시 정부·금융·빅테크 '공동 소유' "인텔 여전히 재건 과제 직면해 있어"

2025-09-25     김성하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애플에 투자를 요청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인텔이 미 정부와 엔비디아·소프트뱅크에 이어 애플까지 주주로 끌어들이려 시도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미세공정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유일한 미국 기업임을 앞세워 위기 돌파에 나선 것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애플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협상은 극초기 단계로 합의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엔비디아와 맺은 협력처럼 애플이 인텔에 투자하고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6.41% 급등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54.4%를 기록했다. 

애플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맥북과 맥 프로에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했지만 이후 자체 설계한 ARM 기반 '애플 실리콘'을 도입했다. 2019년에는 인텔 모바일 모뎀 사업부를 인수해 지난해부터 아이폰에 자체 모뎀을 적용 중이다. 이에 최근 양사 간 협력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업계는 애플이 인텔 CPU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인텔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오랜 기술 생태계에서 축적한 지식재산권(IP)과 파운드리 협력이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은 파운드리 산업에 도움이 된다"라며 "인텔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칩셋 생산을 TSMC에 기기 조립을 대만·중국·인도 폭스콘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생산 압박과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8월 백악관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생산 기지 확대 움직임은 제한적이다. 

인텔 파운드리는 모바일 칩셋 경험은 적지만 다른 칩 제조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 독주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설계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어 인텔이 모바일 AP 외 타 칩을 수주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 모뎀 칩을 수주한 것처럼 애플이 인텔 파운드리 파트너로 선택할 여지는 있다"라며 "애플이 인텔 지분 확보를 통해 미국 정부의 국내 투자 압박을 우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애플 투자가 성사되면 정부·금융·빅테크가 공동 소유하는 구조로 전환될 전망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 8월 미 정부가 지분 약 10%를 확보했고 엔비디아가 50억 달러를 투입해 4%의 지분을 확보했다. 소프트뱅크는 20억 달러로 2%를 보유 중이다. 이 외에도 블랙록(8.4%), 뱅가드(8.3%), 스테이트스트리트(4.4%) 등 주요 투자은행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이미 기관·기업·정부 지분율 합계가 30%를 넘는다.

다만 인텔은 여전히 재건 과제에 직면해 있다. AMD 등에 점유율을 빼앗겼고 최근에는 공장 확장 계획을 연기하며 인력 감축에도 나섰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