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당장 성과 없어도 '장기 베팅'···수소차 올인 속내 '이것'

토요타 전기차 전환, 현대차 사실상 선두 내연기관급 성능 앞세운 FCEV 개발 박차 중국 수소 로드맵 추격 경계, 변수로 작용 "수소차 선점은 韓에 중요한 전략적 기회"

2025-09-24     김성하 기자
지난 7월 춘천에서 개최된 'Drive NEXO Together' 행사의 모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최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발 비용 부담과 인프라 부족, 보조금 미비 등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에도 수소차 확대 전략을 고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30년까지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간 판매량을 555만 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 중 60%(330만 대)를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구상으로 하이브리드·전기차·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EREV)와 함께 수소차(FCEV) 라인업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와 토요타의 양강 체제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최근 토요타가 전기차 전환에 집중하기 위해 수소차 투자를 줄이면서 현대차의 우위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대차와 토요타의 전동화 전략 차이가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라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차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미래 사업에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주도하는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의 대표 사례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누적 점유율 57.5%를 기록하며 선도적 입지를 굳혔다. 올해 2세대 모델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한 데 이어 내연기관과 동등한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며 승용과 상용을 아우르는 FCEV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디 올 뉴 넥쏘' 사진. /현대자동차

2세대 넥쏘는 내수 시장에서 월 1000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6월 출시 이후 7월 1001대, 8월 1203대가 판매돼 1세대 출시 첫해 연간 판매량(727대)을 넘어섰다. 5분 충전으로 최대 720㎞를 주행이 가능해 경쟁 차종인 토요타 '미라이'(650㎞)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 미국 연료전지 전문 기업 UTC 파워와 공동으로 '머큐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13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 'ix35 퓨얼셀(ix35 FCEV)'를 선보이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수소차 경쟁력의 핵심은 연료전지다. 특히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는 극한 환경 적응과 부하 변동 대응 등 높은 기술 장벽을 갖는다. 현대차는 일찍부터 전동화 역량을 쌓아 이를 수소차 기술로 연결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엑시언트'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 중인 수소 상용차다. 수소 산업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중국의 하이봇테크놀로지는 현재 시범 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양산은 2027년 이후로 전망된다.

중국 다싱 수소시범구에서 수소버스가 운행 중이다. /바이두

업계는 수소 산업의 중장기적 위협 요인으로 중국을 꼽는다. 중국은 '수소에너지 발전 로드맵'을 바탕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저가 수소차 양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중국의 전기차 굴기처럼 수소차 역시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기술 격차를 축소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에도 제약이 있다. 2028년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까지 평가하는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중국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해외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신재생 발전원, 수소 생산 거점, 운송 인프라 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는 수소차 시장 선점이 현대차가 전기차 의존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수소차 굴기에 나서면서 현대차가 선도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5년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전기차는 글로벌 수요가 많지만 경쟁 업체가 무수히 많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이 앞서는 만큼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 해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수소차는 연료탱크만 추가하면 주행거리가 늘어나 훨씬 유리하다"라며 "특히 버스, 트럭, 열차, 항공기 등 상용 부문에서 상품성이 높아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더라도 미래 먹거리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각국에 수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