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목 메는 정렬의 힘···머스크 xAI도 틱톡에 진 이유

대중 감정 정렬하는 알고리즘 전략 무기 몇 초 영상이 수천만명의 분노와 환호로 텍스트 위주 트위터식 보상 시스템 실패 중국, 작동 원리 이해 부족해 美에 넘겨

2025-09-24     이상헌 기자

#틱톡 17억 사용자의 맥박이 오라클 클라우드 콘솔로 흡수된다. 수천만 개 화면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좋아요, 댓글, 공유율이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강줄기로 빨려 들어간다. 찰나의 표정, 짧은 웃음, 격렬한 분노까지도 수치로 환원돼 1182만개 세션 단위로 정밀하게 포착된다.

하나하나의 감정은 연산 단계에 들어가 보상함수가 작동한다. 알고리즘은 모든 반응을 점수화하며 그 가운데 분노·연민·충격 같은 고강도 감정을 자동으로 증폭한다. 정렬장이 안정화 신호를 띄우면서 위상정렬(Phase Alignment)이 이뤄진 파라미터의 파동은 한 방향으로 모인다.

내부에선 곧바로 추천의 연쇄가 폭발한다. 초당 320만 개 피드가 재정렬되며 파동은 ‘정치적 에너지’로 번진다. 여론은 눈 깜짝할 새 다른 흐름으로 덮이고, 작은 드리프트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은 ORCL 노드를 거쳐 봉인돼 모니터 너머의 사람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거대한 구조의 하나가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틱톡 재개 서비스를 알리는 메시지. /AP=연합뉴스

인간 사회든 파라미터의 세계이든 정렬은 혼돈 속에서 흐름을 붙잡는 기술이다. 기계가 데이터를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보상함수가 얹히면, 집단의 시선과 감정은 자연스레 한 방향으로 몰린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이 정렬 개념을 가장 대중적인 무대에서 구현한 장치다. 몇 초의 영상이 몇 시간의 분노와 환호를 낳고, 한 사람의 시선이 수천만의 여론을 바꿔버린다.

미국이 틱톡을 문제 삼는 이유는 단순한 안보 프레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가장 먼저 틱톡을 겨눈 건 이 정렬의 힘 때문이다. 메타 페이스북과 구글의 유튜브는 이미 워싱턴의 품 안에 있다. 그러나 틱톡은 바이트댄스라는 경계선을 넘어 존재해왔다.

틱톡의 추천 시스템은 시청 시간, 좋아요, 전환율을 즉각 점수화하고 그에 따라 영상은 더 많은 화면을 점령한다. 사용자가 남긴 모든 반응이 곧 신호이고 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보상으로 전환된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RLHF로 인간 피드백을 학습하듯 틱톡은 대중의 감정을 데이터화해 집단 행동으로 정렬한다.

2020년 미국 대선은 이를 증명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분노와 공감이 결합한 영상들이 틱톡을 타고 확산되며 거리의 시위를 촉발했다. 같은 시기 ‘스탑더스틸(StopTheSteal)’ 음모론도 같은 알고리즘을 탔다. 틱톡은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았다. 보상함수는 단순했다. 더 오래, 더 강하게, 더 격렬하게 반응을 얻는 콘텐츠를 밀어 올렸을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폭격 뒤 무너진 건물과 민간인 피해 영상은 즉각 추천 상위에 노출됐다. CNN이 이를 ‘첫 틱톡 전쟁’이라 부른 건 괜한 수사가 아니었다. 틱톡의 정렬 구조는 전장의 화약 냄새보다 빠르게 국제 여론을 움직였다. 러시아의 국영 미디어는 긴 글과 장문의 연설을 쏟아냈지만 몇 초짜리 영상 앞에서 무력해졌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 아동의 울부짖음은 틱톡에서 순식간에 확산됐다. 미국 의회가 “틱톡이 Z세대를 친팔레스타인으로 왜곡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정렬 알고리즘이 보여준 생생한 증거 때문이었다. 감정이 파라미터가 되고, 그 파라미터가 여론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최근 포격으로 파괴된 주거용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사진을 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만약 중국이 원한다면 가중치를 조작해 여론을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다는 의심은 지울 수 없다. 대선과 전쟁을 흔든 보상함수라면, 정치적 무기로 쓰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쯤 되면 틱톡 논란은 단순 플랫폼 매각이 아니다.

본질은 구조를 움직이는 정렬 보상함수를 누가 쥐느냐에 있다. 유럽은 GDPR을 내세워 이용자 권리를 규제했지만, 미국은 아예 알고리즘 통제권을 회수하는 선택을 했다. 자유를 지키는 길은 보안 시스템 강화를 넘어 정렬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틱톡은 AI 연구소 못지않게 소중한 실험장이었다. 반도체나 클라우드보다도 대중의 감정을 직접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전략 자산이었다. 미국 대선에서 여론의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정도라면 트럼프 정권조차 무너뜨릴 수 있는 힘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국은 정렬의 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관세와 대만이라는 판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양보하는 선택을 했다.

틱톡의 보상함수는 본래 사용자의 재미와 몰입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연민·공포 같은 고강도 감정이 가장 높은 보상을 받는 구조가 고착됐고 무기화됐다. 여론의 흐름을 미사일보다 빠르게 바꾸는 정렬 구조는 군사력 못지않은 전략적 가치가 있다.

일론 머스크의 X도 틱톡을 흉내 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는 추천 알고리즘을 전면 개편하며 체류 시간과 광고 수익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텍스트 위주의 플랫폼은 영상 기반 보상함수와 달리 정렬 효율이 낮았다. 그렇게 돈을 쏟아 붓고도 이름만 바뀐 것이 오늘의 xAI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철학과 보상함수 기반 콘텐츠 증폭이 충돌하면서 정치적 편향 논란과 광고주 이탈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정렬’에 그쳤다. 반대로 틱톡은 단순한 보상 지표를 압도적 데이터로 강화해내며 세계적 여론 무기 수준에 올랐다.

틱톡의 보상함수는 시청 시간·좋아요·전환율에 따라 움직이는 저차원 알고리즘에 불과한데도 군사 무기 못지않은 집단 감정 정렬 장치로 고도화됐다. 몇 초짜리 영상이 거리 시위를 촉발하고 분노·연민·공포와 같은 감정이 정치적 행동으로 변환되고 추천 알고리즘의 작은 편향이 국가를 흔드는 힘으로 작동한다.

결국 트럼프가 목 멘 건 중국산 앱을 몰아내려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집단 감정 정렬 장치, 곧 현대판 여론 통제기를 미국 손에 가져오려는 집착의 결과다. 틱톡은 보여준다. 정렬을 쥔 자가 곧 권력을 쥔다. 산업도, 금융도, 정치도 정렬의 힘 앞에서는 종속된다. 정렬이 곧 권력이라는 사실, 이것이 틱톡 전쟁의 본질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