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칼럼] '젠지 스테어' 무례함인가 소통 양상의 변화인가
[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젠지 스테어 전 세계적 현상 밀레니얼 무례함으로 해석 젠지 진정성 지키는 태도 항변 세대 간 가치관·소통 규범 충돌
최근 미국 틱톡에서 '젠지 스테어(Gen-Z Stare)'라는 밈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젠지 스테어란 Z세대가 질문을 받았을 때 즉답하지 않고 몇 초간 상대방을 응시한 후 대답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3%가 젠지 스테어를 경험해 봤다고 답했다. 젠지 스테어가 단순한 '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필자 역시 최근 젠지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현상을 직접 경험했다. 업무 관련 질문을 던지면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고 몇 초간 무표정한 시선이 이어진 뒤에야 답변이 시작됐다. 이를 경험해 보니 그 순간 당황스러움과 함께 '내가 뭔가 실수했나?', '혹시 기분이 나쁜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필자는 처음에는 이것이 개인의 성격 문제라고 여겼다. 하지만 틱톡에서 젠지 스테어 영상들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이는 특정인의 특성이 아니라 요즘 젠지 세대 전반에서 나타나는 '소통 양상'이었던 것이다.
젠지 스테어는 특별한 질문이 아닌 주로 일상적이거나 뻔한 질문을 받을 때 나타난다. "프린터 사용법 좀 알려주시겠어요?", "이 자료 언제까지 필요한가요?"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라면 자연스럽게 웃으며 바로 대답했을 질문에 젠지는 무표정으로 몇 초간 상대를 바라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젠지는 사회성을 길러야 할 시기를 팬데믹 속에서 맞이했다. 화상 수업과 장기간의 격리로 인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이 줄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즉각적인 반응이나 자연스러운 미소 같은 사회적 기술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도 영향을 준다. 이모지나 밈, 짧은 텍스트 메시지로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양상이 달라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원인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얼 세대의 눈에는 젠지 스테어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질문을 받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표정한 시선으로 몇 초간 응시하는 모습이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젠지 스테어는 직장이나 서비스 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낳고 동료 간 협업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화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미소나 즉각적인 반응이 사라지면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젠지 세대의 시각은 다르다. 그들에게 억지웃음이나 과장된 친절은 가식적인 연기로 보인다. 굳이 힘들게 웃음을 만들어내기보다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솔직하고 정직한 태도라는 것이다. 또 어떤 젠지들은 기성세대가 던지는 질문 중 상당수를 뻔하거나 의미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즉각 반응하기보다 잠시 시간을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본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세대별 해석은 크게 엇갈린다. 밀레니얼은 이를 무례함으로 보고 사회적 예의의 붕괴로 해석하지만 젠지는 진정성을 지키려는 태도라고 항변한다. 결국 젠지 스테어는 단순히 표정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가치관'과 '소통 규범'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무작정 젠지 스테어가 '무례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현상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라는 동일한 경험을 거치며 각국의 젊은 세대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젠지 스테어가 팬데믹 시대가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젠지 스테어는 분명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에 젠지는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젠지 중에서도 매끄럽게 웃으며 즉각적으로 대답하는 이들이 많다. 젠지는 '젠지는 원래 이래'라는 식보다 다른 사람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대 간의 이해다. 밀레니얼 세대는 젠지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사회적 기술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는 점을 이해하고 조금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반대로 젠지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러한 태도를 무례함으로 받아들이며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젠지 스테어는 무례함이자 동시에 소통 양상의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규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서로 간의 이해가 쌓일 때 비로소 세대 간의 거리는 가까워질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허영주 크리에이터 ourcy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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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주 크리에이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