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단체 “영구정지” vs 산업계 “전력 불안”···고리2호기 운명의 날

원안위,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25일 결정 40년 넘은 노후 원전에 정책 향방 달려 한쪽에선 심사 중단, 영구 폐쇄 촉구 목소리

2025-09-23     유준상 기자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2호기 /연합뉴스

설계수명을 초과한 고리 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가 오는 25일 판가름 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의 재가동 여부를 넘어서 향후 이재명 정부 5년간의 원전 정책 윤곽과 국내 에너지 믹스 방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3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는 25일 고리 2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 승인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종료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해체가 유력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재가동을 위한 준비가 진행돼 왔다. 2년 5개월 만에 재가동 또는 해체 여부를 최종 심의하는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재가동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안전 승인이 내려질 경우 고리 2호기는 2033년까지 계속 가동될 수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재가동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1619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책적 선택은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믹스를 강조하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이용을 공언해왔지만 탈원전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해체가 결정될 경우 고리 3·4호기와 한빛·월성·한울 등 향후 수명 만료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쪽을 선택해도 사회적 분열 가능성이 크다. 먼저 원전 재가동을 선택하면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고리2호기 원전의 수명연장 심사 중단을 촉구하며 영구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만인 가동 반대 서명을 모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달했다. 

반대로 해체를 결정하면 산업계는 전력 공급 불안과 전기요금 상승 등을 우려하며 정책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에서는 노후 원전 운용 중단이 공급 안정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어 논란은 불가피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안위가 고리 2호기 재가동을 불허하더라도 안전성 평가 보완과 재심의를 거쳐 재가동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고리 2호기 결정이 향후 다른 노후 원전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재가동”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여부는 단일 원전 문제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사회적 논란의 향방을 동시에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