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고속도로 깐다면서 전기요금 묶어둔 정부···한전만 빚더미

李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발언했지만  내년 지선 앞두고 정책 논의는 멈춰서 한전만 천문학적인 재무부담 직격탄 

2025-09-22     유준상 기자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을 또다시 동결했다. 국제 연료비가 낮아지면서 오히려 요금 인하 요인까지 발생했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와 치솟은 부채를 감안해 현행 유지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상 논의 자체를 피하고 있어 한전의 재무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전은 올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정해진 산식대로라면 -5원 인하 요인이 있었으나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부담을 고려해 사실상 ‘동결’을 선택했다. 

문제는 누적된 적자 규모다.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0년 말 132조원에서 올 상반기 206조원으로 치솟았다. 영업적자는 2021년 이후 누적 28조8000억원에 이르고,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전기요금 현실화에 손을 놓는 사이 한전의 재무 여건은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전기요금 인상 논의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악재’가 될 전기요금 카드를 꺼내들지 않으려는 계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공개 발언했지만 실제 정책 논의는 멈춰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추진하면서도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력업계가 민주당에 제출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고속도로는 투자액의 변동 가능성이 크지만 각각 최소 4조5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의 실질 단가는 ㎾h당 200원 이상으로, 원자력(80원)이나 LNG(163원) 대비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송변전망 확충, 대규모 ESS 투자 등까지 더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한전의 재무부담으로 직격탄이 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특히 10분기째 동결된 주택용 요금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이를 회피하면서 ‘재무부담은 한전, 후폭풍은 결국 국민 몫’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지금처럼 ‘정치적 인기 관리’를 우선시한다면 한전의 부채는 국가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문제를 선거용 정치 계산에서 떼어내지 않는 이상 한전은 빚더미에, 국민은 미래의 더 큰 요금 폭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