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비디아 AI칩 구매 금지···삼성·SK하이닉스 "영향 제한적"
중국, RTX 프로 6000D 구매 금지령 韓 반도체 기업 수익성엔 영향 없어 2027년 중국 AI칩 자급률 55% 전망 "보급형은 자국산 대체 가능 자신감"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신 그래픽 D램(GDDR7)이 탑재된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칩 'RTX 프로 6000D' 구매를 금지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제품군과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알리바바 등 주요 빅테크 기업에 RTX 프로 6000D 주문과 테스트 중단을 지시했다. 해당 제품은 미국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모델로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GDDR7을 탑재했다. 가격도 또 다른 중국용 AI 칩인 'H2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샘플 테스트 결과 RTX 프로 6000D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최신 소비자용 GPU 'RTX 5090'보다 낮게 측정됐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RTX 프로 6000D에 들어가는 GDDR7 물량은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공급하지만 기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든 규제는 시장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잠재적 시장이 닫히는 건 아쉽다"라면서도 "애초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수요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영향이 크다고 보는 건 과장된 시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물량 축소는 아쉽지만 중장기 영향은 크지 않다"라며 "엔비디아는 보통 1년 단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메모리 업체들은 이미 확보한 물량을 다른 제품군으로 소화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플랫폼을 겨냥해 HBM4(6세대 HBM)와 GDDR7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RTX 프로 6000D용 GDDR7 수요는 미중 갈등과 무관하게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수요 자체도 크지 않다. 중국 정부가 자국 AI 칩 생태계를 육성하면서 엔비디아의 보급형 칩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화웨이는 자체 칩 '어센드 910C'가 엔비디아 'A100'보다 2.5배 성능이 높다고 주장하며 공급을 확대 중이고 내년에는 자체 HBM을 탑재한 '어센드 950'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중국판 엔비디아라고 불리는 캠브리콘은 A100 대체 제품으로 상반기 매출이 44배 급증했고 알리바바는 자회사 핑터우거(T-head)의 칩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차이나유니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중국 AI 칩 자급률이 2023년 17%에서 2027년 55%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보급형 칩에서 '기술 자립'을 강조한 상징적 행보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재는 RTX 프로 6000D에 국한돼 있고 H20 등 다른 칩은 언급되지 않았다"라며 "중국이 '이 정도 사양은 자국산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인 조치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