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들었다" 해도 방시혁 '주가조작 프레임' 힘 빠지는건 왜?

IPO 이전 사기적 부정거래 입증 관건 핵심은 투자자 속일 의도 존재 여부 무죄 추정 없이 집단 소송 움직임도 기획 같은 ‘작위성’이 발목 잡는 역설

2025-09-21     이상헌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하이브와의 주식 매매대금 청구 및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방시혁 의장이 상장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는 증언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졌다. 방 의장이 2019년 민 전 대표를 영입하며 건넨 말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곧바로 ‘IPO 사기’ 프레임으로 몰아갔지만, 사건을 면밀히 추적하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빅히트 뮤직은 외부 변수가 많은 시점이었다. 글로벌 시장 상황과 투자은행 자문 결과에 따라 상장 여부는 수시로 바뀔 수 있었다. 경영자가 그때그때의 판단을 직원에게 전했다고 해서 곧바로 기망으로 단정하긴 힘들다.

문제가 된 건, 방 의장 측근들이 같은 해 설립한 사모펀드였다. 이 펀드가 곧바로 구주 매집에 나서면서 “상장 부인 발언은 헐값 매집을 위한 기망”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해 3월, 방 의장 측근들이 참여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설립돼 6월 공동 창업자 최아무개 부사장 지분 25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구주 매집을 시작했다.

‘하이브 상장만을 노린 기획 펀드’로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상장 계획이 없다”는 말을 믿고 지분을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어 9~10월, 하이브는 금융감독원에 IPO 지정감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11월에는 본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상장 준비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즉, 방 의장이 “상장 계획이 없다”고 말한 지 불과 몇 달 뒤, 회사는 IPO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이 시차가 의혹의 핵심이다. 당국은 이 펀드를 ‘하이브 상장만을 노린 기획 펀드’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IPO 직후 주가 급등락과 시세차익 실현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2020년 10월, 하이브가 상장하자 펀드는 보유 지분을 집중 매도했다. 일주일 만에 주가는 고점 대비 60% 가까이 폭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챙긴 수익은 약 1조 3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30%가 방시혁 의장에게 지급됐다. 다만 문제는 이 ‘언아웃 계약’이 상장 당시에는 의무적인 공시 사항이 아니어 금융당국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핵심은 2019년 1월 당시 방 의장이 이미 상장을 추진하면서도 이를 은폐했는지, 아니면 당시에는 계획이 없었으나 이후 경영 판단을 바꾼 것인지 여부다. 민희진 씨의 증언은 방 의장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고 여론전에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법정에서는 단독 증언만으로 사기죄나 주가조작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

‘민희진도 들었다’는 증언이 정치적·여론적으로 부각되더라도, 방시혁 의장에게 곧바로 ‘주가조작’이라는 낙인이 붙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속임수 발언’과 ‘재산상 이익 취득’의 직접적 연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브 법률대리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한국경제신문이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곧바로 “법적 검토가 끝난 사건”이라는 자체 판단을 전했다. 사기죄 성립 요건상 단순 발언이나 불확실한 경영 판단만으로는 기망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본래라면 논란을 정리할 방어선이 될 수 있었지만, 이 대응은 오히려 언론사의 반발을 불러오며 역풍으로 돌아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신문은 후속 보도를 통해 금융당국의 미온적 태도를 문제 삼았고, 결국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나서도록 압박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방 의장은 ‘법률 대응 실패 → 금융당국 개입 → 정치 프레임 확산’이라는 루프에 갇혔다. 

또한 외곽에선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일부 대형 법무법인이 민희진 지지세력과 소액주주들을 묶어 집단 소송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고, 방 의장의 재산 가압류 시도까지 거론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가세하며 ‘공익소송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법정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 여론전의 무기로 왜곡된 셈이다.

정작 법리적 쟁점과 별개로 이해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판을 키우려는 ‘작위적 구도 설계’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언론, 대형 로펌, 주주단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기획처럼 비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인위성’이 불길을 번지지 못하게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판을 키우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탓에 “진짜 주가조작이라면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문을 키우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