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조선업 '골든크로스' 그림자···낙동강 오리알 신세 K-신조선
일본, 2035년 선박 건조 두 배 목표 의미 내수 선주 물량 국내 회귀…역내 건조 강화 한국, MASGA 라인 정상화에 집중 전망 전략 교차점서 美가 막판에 몰아주면 역전
일본이 내수 선박 건조 물량을 자국 조선소로 끌어오는 전략에 성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을 역전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한국이 미국 투자와 해외 거점 확충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은 생산 기반 자체를 자국에 단단히 묶으며 ‘골든크로스’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선박 건조량을 지난해 908만 CGT에서 1800만 CGT으로 두 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13%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핵심은 일본 선주들이 발주하는 선박을 해외가 아닌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유도하는 내수 회귀 정책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자재 공동 조달, 디지털 전환(DX) 투자, 노동력 확보를 통해 비용 절감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조선소가 중국 수준(비용지수 80)에 가까워질 경우, 건조 단가 경쟁력도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LNG 운반선, 대형 벌크선 등 전략 선종을 내수 물량으로 채우면 안정적 수주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한화오션, HD현대, 삼성중공업이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해외 동맹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기술·자본을 투입하는 대신, 국내 생산 기반 강화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국민성장펀드 항목에는 선박수리공장(MRO Yard) 조성 등이 포함돼 있지만, 미국 내 고임금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는 구조상 국내 조선 생산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열도 내 생산 목표를 확실히 지켜낸다면, 생산 측면에서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선박 건조량은 약 2450만 CGT로 세계 점유율 4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같은 해 900만 CGT(13%)에 머물러 격차가 1550만 CGT에 달한다. 글로벌 수주·건조 모두 한국 우위가 뚜렷하지만 일본 정부가 2035년까지 건조량을 1800만 CGT로 두 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은 내수 선주의 발주를 국내로 회귀시키고, 자재 공동조달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LNG선·벌크선 등 전략 선종을 자급 파이프라인으로 묶을 경우 연평균 80만 CGT의 생산 증액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은 반대로 미국 ‘MASGA’ 프로젝트 등 미국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국내 생산 비중이 낮아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 경우 2028년 한국 2300만·일본 1200만, 2032년 한국 2200만·일본 1600만, 2035년 한국 2200만·일본 1800만으로 격차가 400만 CGT까지 줄어든다. 점유율로는 한국 33%, 일본 27% 수준이다.
10년 뒤 격차가 400만 CGT 이내로 좁혀진 상황에서 미국 발주 200만 CGT만 일본에 추가 배분될 경우 일본이 한국을 역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한·일 조선업의 생산 축이 재편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력에서 여전히 우위를 지니지만, 일본이 내수 중심의 자급 체제를 본격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역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던 MASGA 프로젝트가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