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 주거복지사 1명이 2600세대 관리···취약계층 복지 공백
LH 영구임대주택 주거복지사 배치 대상은 500세대 이상···일률적 기준 한 명당 관리 수 단지마다 편차 커 전문가 “체계적 인력 배치·확대 필요”
영구임대주택에서 주거복지사 1명이 2000세대가 넘는 단지를 관리하는 사례가 드러났다. ‘500세대 이상’이라는 최소 기준만 적용한 일률적 배치 탓에 인력이 부족하고 취약계층 밀집 단지에서 복지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LH가 관리하는 영구임대주택 단지 145곳 중 41곳(28.3%)에는 주거복지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1만3448세대가 주거복지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배치된 단지에서도 복지사 1인당 담당 세대 수 편차가 심각해 최소 504세대부터 최대 2694세대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주거복지사는 자력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구의 안정을 위해 복지적 차원에서 주거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이다. 국가 공인 민간자격으로 △거동 불편, 저장 강박, 정신건강 위기 가구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 연계 △입주민 자활 및 주거 환경 개선 지원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추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영구임대주택은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나 국가유공자 같은 사회 보호 계층의 주거 지원을 위해 공급된다.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 비율이 높아 복지 연계 수요가 일반 주거지보다 크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최소 세대 수만을 기준으로 주거복지사를 배치하고 있어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거복지사 배치 기준은 현재 ‘500세대 이상 단지’로만 규정돼 있다. 규모가 비슷한데도 어떤 단지는 복지사가 있고 어떤 단지는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천안 성정 4단지(504세대)에는 주거복지사 1명이 있지만 일산 문촌 9단지(496세대)는 기준에 미달해 배치가 없다. 전체 41곳의 ‘미배치’ 단지 가운데 4곳은 세대 수가 500세대를 넘었음에도 영구임대 세대가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배정에서 제외됐다.
주거복지사가 있는 단지에서도 담당 세대 수 차이는 크다. 세대 수에 따른 단계적 인력 확충이나 팀 단위 배치 같은 체계가 없어 대부분 단지에 1명씩만 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명 하안 13단지(3292세대)는 예외적으로 2명이 배치됐지만 서울 중계 9단지(2694세대)와 천안 성정 4단지(504세대) 모두 복지사 1명이 관리하는 구조다.
안태준 의원은 “공공임대 단지에는 주로 노령층·장애인 등 주거 취약 계층이 밀집해 거주하는 만큼 주거복지사 배치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세대 수 기준을 완화하고 세대 수에 따라 추가적인 배치 기준을 신설해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에 대한 주거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병숙 전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한국주거학회 주거복지사 자격검정사업단장)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주거복지사 배치는 세대 수와 무관하게 모든 영구임대에 의무화돼야 한다”며 “단지당 최소 2인 이상이 기본이고 제대로 운영하려면 3인 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대 방문은 2인 1조로 이뤄져야 하고 대규모 단지는 5인 수준에서 시작해 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관리사무소가 물리적 관리를 맡는 것과 달리 주거복지사는 상담, 방문, 공동체 프로그램 등 생활 관리를 전담한다”며 영구임대뿐 아니라 국민임대 등 다른 공공임대주택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입주자 관리비 전가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공적 재원과 정책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 관계 형성을 통해 단지 노후화를 예방할 수 있다”며 “주거복지사가 주민을 맞이하고 프로그램 참여를 이끌며 이웃 관계를 만들어주면 단지에 대한 애착이 형성된다. 관심과 교류가 쌓이면 생활 질서가 바로잡히고 불필요한 민원도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단지 환경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