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삶에 묶여있는 한국 여성···해외의 격차 해소 방안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포럼 개최 돌봄노동 20여년 저평가 고착화 호주는 세제 개편, 유연·재택근무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허명)는 18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해외의 성별임금격차 해소 방안과 한국의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매년 개최하는 양성평등 정책포럼의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단체장 및 회원 등 120여명이 참석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국내외 정책과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해외 각국의 정책과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 적용 가능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의 공정한 사회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의 좌장은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 맡았으며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 사라 벤틀리 주한호주대사관 참사관, 다비드 비거 주한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 등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에 나섰다.
허명 회장은 개회사에서 “성별임금격차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지표이며 불합리한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포럼이 OECD 국가 중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한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현실을 타개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조연설에서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공정성의 문제를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열쇠”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기업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외 전문가들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해외 사례와 한국의 과제를 발표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성중립적인 직무평가의 원칙을 확립하도록 법률 개정 및 매뉴얼에 반영하고, 직무평가 비용과 전문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서비스 영역의 돌봄노동은 시작부터 ‘누구나 할 수 있는 저임금 일자리’로 설계되어 20여년 동안 저평가가 고착됐다”며 “돌봄노동의 저임금·저평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라 벤틀리 주한호주대사관 참사관은 “호주의 성별 임금격차는 2025년 5월 11.5%로 감소했으며, 이는 최저임금 개혁, 임금투명성 확대, 세제 개편, 유연·재택근무 등 다양한 제도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비드 비거 주한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은 “여성의 50%가 파트타임 근무를 하는 반면 남성은 13%에 불과해 돌봄 부담이 여성의 경력과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며 한국도 다양성 촉진, 임금투명성, 일·가정 양립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프랑스처럼 기업 간의 횡단적 비교가 가능한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독일처럼 기업 내부에서 고용 및 임금공개청구권을 보장하는 장치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비정규직·임시직·대체인력의 고용임금 정보 공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럼 개최에 앞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별임금격차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성별임금격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임금·승진 차별 경험, 육아휴직 사용 후 불이익, 격차의 원인과 해결방안 등을 폭넓게 분석했다.
조사 결과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직종 및 근로 형태 차이(23.5%)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러한 결과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저임금·비정규직 종사 비율이 높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장기간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고, 이후 복귀 과정에서도 정규직보다는 시간제·비정규직 형태로 재취업하는 비율이 높고, 결국 다시 저임금 구조에 편입되면서 임금 격차는 더욱 고착화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