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준 더봄] 치과에 갈 때 꼭 확인해야 할 것은?

많은 분들이 내과, 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의료의 세분화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십니다. 감기 증상이 있으면 내과, 뼈에 문제가 생기면 정형외과, 얼굴에 뭐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피부과를 방문합니다. 그러나 치과에 대해서는 “그냥 치과”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치를 치료하든, 사랑니를 빼든, 교정을 하든 모두 같은 치과라고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실은 치과도 전문의 제도로 세분화가 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치과 전문과는 10여 개에 달하며, 각 과는 독특한 고유의 영역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치과는 단순히 충치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전신 건강과 긴밀하게 연결된 중요한 의학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치주염이 심장질환과 관련되거나,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의 치과 치료 시 전신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잘 모르시는 치과 전문의 제도를 소개하고, 각 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환자분들은 본인의 구강 증상에 어떤 치과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치과에는 다음과 같은 전문 과목이 있습니다.

소아(청소년)치과
출생 직후부터 청소년기까지, 성장 발달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전담합니다. 단순히 충치를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유치가 올바르게 빠지고 영구치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관리하며, 아이들이 치과에서 나쁜 기억을 가지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그래서 인테리어부터 유치원처럼 다른 치과와는 다른, 예쁘고 부드러운 분위기입니다.

아울러 손가락 빨기, 혀 내밀기 같은 구강 습관 교정, 치아 외상 치료, 성장 단계에 맞춘 교정적 치료까지도 모두 다룹니다. 한마디로 성장 중인 아이들의 구강 관리를 위해서는 소아치과 전문의가 꼭 필요합니다.

구강(악안면)외과
구강외과라고 줄여 부르기도 합니다. 간단하게는 사랑니 발치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구강외과는 단순 발치에 국한되지 않고 턱뼈 골절 수술, 낭종 제거, 구강암 수술, 턱관절 장애 치료, 임플란트 수술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다룹니다. 교통사고로 턱뼈가 부러졌을 때, 구강 내 혹이 생겼을 때, 구강암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구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치주과
치주과는 잇몸과 치조골(치아를 둘러싼 뼈)을 다루는 전문 분야입니다. 치주염은 성인 치아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며, 입냄새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치주염이 단순히 치아만의 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치주질환은 관련된 균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당뇨병 악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치주과 전문의는 정밀한 스케일링, 잇몸 수술, 뼈 이식, 임플란트 시술 등을 통해 잇몸과 치아의 건강을 회복시켜 전신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교정과
교정 치료는 단순히 “치아를 고르게 배열해 주는 치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교정은 단순 심미를 넘어서 저작기능, 발음, 턱관절 건강까지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치료입니다. 치아가 덧니로 나거나 벌어져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주걱턱이나 무턱처럼 턱뼈의 불균형도 교정 치료의 대상입니다. 교정과 전문의는 치아 이동의 생물학적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보철과
치아가 빠지거나 심하게 상했을 때 임플란트, 틀니, 브리지, 크라운, 라미네이트 등을 통해 저작 기능(씹는 기능)과 심미성을 회복시켜 주는 곳이 보철과입니다. 보철과 전문의는 환자의 구강 상태, 잔존 치아, 뼈의 상태, 교합 관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가장 알맞은 회복 방법을 계획합니다. 

보존과
보존과의 핵심은 ‘심하게 손상된 치아를 빼지 않고 최대한 살리는 것’입니다. 충치 치료와 신경 치료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뿌리 끝까지 심하게 손상된 치아도 미세 현미경을 이용한 신경 치료를 통해 빼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구강내과
구강내과는 비교적 생소한 분야이지만, 입안의 만성 통증, 구강 점막 질환, 구강 작열감 증후군, 턱관절 장애 등을 다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원인을 알 수 없는 구강 통증, 입이 타는 듯한 작열감, 입을 벌릴 때 딱딱 소리가 나는 증상은 구강내과 전문의가 진단과 치료를 담당합니다. 전신질환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구강내과 전문의는 전신적인 병변에도 많은 지식이 있습니다.

구강방사선학과
CT, 파노라마, MRI 같은 영상 장비를 통해 치과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분야입니다. 턱뼈 종양, 낭종, 잠재된 사랑니 위치, 임플란트 시술 전 뼈 상태 등을 판독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환자는 영상 진단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므로 그에 따른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방치과
예방치과는 질병이 생긴 후 치료하기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불소도포, 치아 홈 메우기, 치면세균막 관리, 구강위생 교육 등의 의의와 구강질환의 역학조사 등을 담당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충치 예방은 물론이고, 성인에서도 치주질환(잇몸병)의 예방을 통한 균주의 연구 및 조절 방법 등을 연구하여 임상에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통합치의학과
최근 도입된 제도로, 다양한 분야의 진료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진료 계획을 세우고 진행되도록 만든 과목입니다. 일반적인 충치 치료, 신경치료, 보철, 간단한 교정, 임플란트 등을 모두 담당합니다. 1차 진료 기관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전문과라고 할 수 있고, 가정주치의의 개념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제는 치과도 단순히 그냥 ‘치과’가 아니라, 세분된 전문과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치과 진료는 구강 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치과 진료를 “간단한 치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전신 상태를 고려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과 진료는 반드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의들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필요할 때는 서로 협진하여 환자의 구강 및 전신 건강을 돌보아 드립니다. 앞으로 치과를 찾으실 때는 증상과 상황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누구인지 확인하시고 방문하시기를 바랍니다.

여성경제신문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pedoju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