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D-12···현대차·기아, 위기 돌파 전략 '시급'
美 혜택 종료시 연간 2조7000억 손실 하이브리드 강자 일본 반사이익 예상 국산차 관세 15% 인하, 적용 지연 중 신속히 해결 못 하면 올해 실적 악화
미국의 고율 관세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현대차·기아가 이달 말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까지 사라지면 미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친환경차 전용 공장을 짓는 등 전기차 사업 확대에 투자를 이어왔지만 정책 변화라는 암초를 맞닥뜨린 형국이다.
1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를 지원하는 세액 공제 제도를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이다. 당초 해당 제도는 2032년 말까지 유지될 계획이었으나 올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종료 시점을 7년 이상 앞당겼다.
전기차 세액 공제가 사라지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서 세액 공제가 종료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37%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때 전동화 전환에 집중했으나 최근 내연기관차 투자를 늘리고 있다. GM은 지난 6월 미국 내 내연기관차 생산과 엔진 개발에 40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한경협은 세액 공제가 종료되면 두 회사의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000대 줄고 매출도 19억5508만 달러(약 2조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적 악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4만45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지난달 합산 판매량은 1만6102대로 38.5% 늘었지만 이는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둔 '막판 수요'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수요 공백은 일본 업체가 메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세액 공제 종료 후 친환경차 수요가 하이브리드차로 쏠리면 강점을 가진 일본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능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을 생산하고 있다.
관세 변수도 부담이다. 미국은 지난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산 자동차는 25%에서 15% 낮추기로 했으나 3500억 달러(약 48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이익 배분 문제에서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수요가 줄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로 일본 업체와 맞붙어야 한다"라며 "관세 인하나 하이브리드 현지 생산이 늦어질 경우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