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대신 GDDR 한계"···中 최신 AI칩 외면, 엔비디아와 '결별 수순'

중국 CAC 엔비디아칩 전면 중단 지시 RTX 6000D, 성능 한계로 고객사 외면 화웨이 등 자국 칩 생산량 3배로 확대 젠슨 황 "실망스럽지만 미중의제 이해"

2025-09-18     김성하 기자
엔비디아 RTX 프로 6000D 이미지. /바이두 캡처

중국 정부가 자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구매를 전면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자립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인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최근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대형 IT 기업들에 엔비디아 중국 전용 신형 제품 'RTX 프로 6000D'의 시험과 주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 이상 하락했다. 

일부 기업들은 수만 개 단위의 칩 주문을 추진하면 서버 업체와 테스트틀 진행해 왔으나 CAC 명령 이후 관련 작업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RTX 6000D는 미국의 H20 칩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별도로 개발한 제품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까지 경고했던 H20 칩보다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FT는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성능 보고를 받은 뒤 중국산 AI 칩이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 제품과 동등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RTX 6000D가 중국 고객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샘플 시험 결과 성능이 RTX 5090보다 떨어졌으며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이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신 GDDR 메모리를 탑재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RTX 6000D 보다 AI 학습까지 가능한 고성능 칩 H20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AI 칩 자립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일부 AI 칩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트럼프 행정부는 H20 칩 수출을 허가하는 대신 중국 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귀속하는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중국은 수출 제한으로 최첨단 칩 도입이 어려워진 뒤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자국 반도체 업체들을 불러 성능을 비교·검증해 왔다. FT는 중국이 내년 AI 칩 생산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IT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공급만으로 수요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상층부의 인식"이라며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 체제를 갖추는 것이 총력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최근 엔비디아의 2020년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 인수 건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 나라가 원할 때만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중국 시장에 큰 기여를 해왔기에 실망스럽지만 미·중 간 더 큰 의제가 있음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