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둔화'에 무게···연준, 9개월 만에 금리 인하 재개

FOMC 정례회의, 0.25%P 인하 연내 2회 추가 인하 가능성 시사 韓 기준금리 인하 압박 커질 전망

2025-09-18     허아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했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했다. 고용 둔화를 이유로 0.25%포인트 내리며 완화 기조 복귀를 공식화했다. 점도표를 통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 역시 내비쳤다. 이로써 한국의 금리 정책에도 인하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17일(현지 시각) 연준은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인하 이후 다섯 차례 동결을 이어오다 9개월 만에 단행한 조치다. 이로써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인하를 두고 경기 침체 진입 판단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의 인하(a risk management cut)”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경제전망요약(SEP)을 보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오히려 소폭 상향됐고 물가와 실업률 전망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다만 노동시장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고 수요·공급이 동시에 둔화되는 이례적 상황이어서 고용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중 11명이 찬성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지명한 스티븐 마이런 이사만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7월 회의에서 동결에 반대하며 인하를 주장했던 미셸 보우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번에는 다수 의견에 동의했다. 이로써 FOMC의 금리 결정은 두 차례 연속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연준은 발표문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성장세 완화를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다소 올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은 상승해 다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고용 하방 위험에 더 무게를 실은 셈이다. 이어 발표문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중앙값은 3.6%로 지난 6월 전망(3.9%)보다 낮아졌다. 전체 연준 위원 19명 중 12명이 연내 인하를 예상했으며 그 가운데 9명은 두 차례(0.50%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은 1회 인하에 그쳤고 1명은 연말 금리를 2.75~3.00%로 예상하며 추가 1.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내 FOMC 회의는 오는 10월 28~29일과 12월 9~10일 두 차례가 남아있다.

경제 전망치도 일부 수정됐다. 올해 성장률은 1.6%로 지난 6월 전망(1.4%)보다 소폭 상향됐다.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3.0%,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은 3.1%로 각각 유지됐다.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4.5%로 유지됐다.

한편 미국이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한국이 장기간 금리를 고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방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더라도 경기 둔화 압력이 가중되는 만큼 하반기 인하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달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연준이 고용 불안에 방점을 찍은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 인하는 고용 불안을 정조준한 것”이라며 “고용이 단기에 개선되기 어렵고 물가가 3% 안팎에서 안착한다면 인하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하 사이클 돌입은 달러 흐름과 무역 구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교수는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요인이 되지만 장기금리와 경기 펀더멘털이 결국 달러 가치를 좌우한다”며 “미국은 경기가 좋을수록 수입이 늘어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구조, 따라서 이번 인하는 경기 방어 차원이어서 수입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