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2' 국제사회 설득과 초당적 협력
핵무장, 금기 아닌 현실적 선택지 13명의 전문가가 던지는 질문들
한국 사회에서 ‘핵무장’이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금기어처럼 취급돼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 고도화, 미국 확장억제의 불확실성,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행보가 겹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논의가 되고 있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이 엮은 신간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2: 국제사회 설득과 초당적 협력』(블루앤노트)은 이러한 현실을 전면적으로 다루며 “한국 핵무장은 주변부 담론이 아닌 주류 담론으로 부상했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지난번 출간된 1권(『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 당위성과 추진 전략』)이 핵무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면, 이번 2권은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반발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국내 정치권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현실적 질문에 집중한다. 이 책에는 노병렬, 이창위, 심규상, 로버트 E. 켈리, 안드레이 란코프 등 국내외 1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국제정치학, 국제법, 군사학, 외교학의 시각을 교차시켰다.
책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첫째, 한국의 핵무장이 불러올 경제제재와 국제법적 파장을 따진다. 노병렬 교수는 “미국의 제재는 동맹국과 비동맹국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돼 왔다”며 한국이 우려하는 수준의 경제 제재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창위 교수는 국제법적으로 ‘NPT 탈퇴’가 아니라 ‘조약 이행 정지’라는 절차를 통해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법리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둘째, 해외 주요국과의 외교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로버트 켈리와 이대한은 미국의 선택지를 ‘강압·수용·묵인’으로 구분하며 결국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관건이 될 것이라 진단한다. 안드레이 란코프는 “외국을 설득할 때는 한국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보다, 상대국이 얻을 실익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을 다룬 리소테츠 교수는 ‘한국이 먼저 핵무장을 하면 일본의 비핵 정서를 흔들 수 있다’는 파격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중국을 분석한 김흥규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전면 반대하기보다 전략적 유연성 속에서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에 대한 설득 전략도 각각 다뤄져 입체적 시각을 제공한다.
셋째, 국내적 조건과 정치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한용 교수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하며 “국민 설득 없이는 핵무장도 없다”고 말한다. 드골이 핵무장을 통해 국가 위상을 세운 과정을 통해, 한국이 직면한 현실적 과제를 되짚는다. 최연혁 교수는 북유럽의 정치 협력 모델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국가전략회의’와 같은 초당적 협력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책의 곳곳에는 시사적인 질문이 던져진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침공이 가능했을까?”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전술핵을 실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이 대만 방어에 주저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어디에 의존할 것인가?” 독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단순한 정책 논의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로서 핵무장을 사유하게 된다.
저자별 주요 주장
노병렬(대진대): 한국 핵무장 시 국제 제재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창위(서울시립대): ‘NPT 탈퇴’ 대신 ‘조약 이행 정지’가 국제법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심규상(UT Dallas): 해외 전문가의 찬반 담론을 분석해 설득·연대 대상을 식별해야 한다.
로버트 E. 켈리(부산대)·이대한: 미국은 결국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핵무장을 묵인할 수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국민대): 설득 대상국이 얻을 실익을 강조해야 한다.
리소테츠(류코쿠대): 한·일 동시 핵무장이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김흥규(아주대): 중국은 적대적이지 않다면 한국 핵무장을 수용할 여지가 있다.
정한용(대전대): 드골처럼 국민 설득과 국제사회 균형외교가 핵심이다.
최연혁(린네대): 북유럽식 초당적 협력 모델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2』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냉전 이후 한국 안보 논의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던 ‘자체 핵무장’이라는 주제를 이제는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국제사회의 시선, 국내 정치의 분열, 동맹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429쪽 분량에 13명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은 안보·외교 분야 종사자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주목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