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함된 수입 우유 무관세 시대···국내 ‘고부가가치’ 생존전략은?

내년 수입 우유 관세 전면 폐지 국산 가격 경쟁력 약화 불가피 프리미엄·단백질 제품 다각화

2025-09-16     류빈 기자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유제품 판매 코너에 한 고객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수입 우유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국내 유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국산 원유 가격이 수입산보다 2배 비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상황에서 관세 장벽마저 사라지면 시장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매출 하락에 대비해 단백질 음료, 프리미엄 요거트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으로 눈을 돌리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따라 미국과 EU산 우유에 부과되던 관세가 전면 폐지되면서 수입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유통될 예정이다. 미국산의 경우 2023년 7.2%였던 관세가 올해 2.4%까지 단계적으로 인하됐으며, EU산 역시 2023년 9.0%에서 매년 차례로 낮아져 2026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EU 각국은 국내 우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상태다. 폴란드 우유협회는 지난 6월 열린 국내 대표 식품 전시회 '2025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참가했다. 폴란드, 호주 등에서 수입되는 ‘멸균 우유’는 국내산 우유 대비 절반 가격에 불과한 데다 소비기한도 길다. 폴란드산 멸균 우유의 경우 1ℓ 기준 약 1500~1700원으로 소매가가 3000원을 넘긴 국산 우유 대비 절반 수준이다. 

고물가에 저렴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수입산 멸균 우유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4만8671톤으로, 전년보다 30.3% 증가했다. 2023년의 3만7361톤과 비교해도 상당한 폭의 성장세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우유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으로 소비는 줄고, 원유는 남아돌지만 중간 유통 마진 때문에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우유는 낙농업자, 유통업체, 유통채널 순으로 유통되며, 원유 기본가격·인센티브 제조업체 제조·운송비용·이윤 유통 마진 등이 더해져 최종 소매가가 결정된다. 최근 우유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것도 환율과 고물가에 따른 변동성 영향이 크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우유·유제품 전체 소비량(원유 환산)은 약 415만3000t이다. 1인당 원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80.8㎏ 수준이다.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에서 2023년 25.3㎏으로 감소했다. 남는 우유는 장기 보관이 어려워 전지·탈지분유로 가공하는데 우유 소비가 줄면서 분유 재고도 늘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국내 주요 우유 제조사의 지난달 분유 재고량은 총 1만3001톤으로, 전년 동기(7135t) 대비 82.2% 증가했다.

업계는 소비 둔화와 수입 확대가 겹치면서 재고 부담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부진한 실적을 회복시키기 위해 국내 유업계는 프리미엄 우유 제품군 확대와 원유를 다양하게 가공하고, 단백질 제품군을 늘리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양유업 설탕 첨가 제로 ‘초코에몽 Mini 무가당’(좌), 초고단백 음료 ‘테이크핏 몬스터 고소한맛’(우) /남양유업

시장 점유율 43.78%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상반기 2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낙농가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 수익성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지난해 4월 출시된 ‘A2+우유’는 A2 유전형질 젖소에서만 얻은 원유로 100% A2 단백질을 담은 제품이다. 서울우유는 현재 42개인 A2 전용 목장을 늘리고, A2 원유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 외에 프리미엄 치즈, 기능성 발효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2024년 1월 한앤컴퍼니 체제 전환 이후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4477억원, 영업이익 10억원, 당기순이익 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지만, 전년 상반기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단백질 음료와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제품 다각화에 집중한 것이 영향을 줬다. 남양유업은 설탕을 뺀 ‘제로’ 제품과 영양을 극대화한 ‘맥스’ 제품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며, 가공유 제품군에서 처음으로 설탕을 넣지 않은 ‘초코에몽 Mini 무가당’, 국내 단백질 음료 중 최대 함량을 담은 ‘테이크핏 몬스터’ 등을 앞세워 소비자 니즈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약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33% 감소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조제분유·발효유·곡물음료 등 판매 증가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원유 잉여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국제 원부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 인건비 등 비용 증가가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매일유업은 우유 외에도 식물성·단백질 음료 시장과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실적 방어에 나섰다. 회사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유가공 부문에서는 락토프리, 유기농 '상하목장', 고단백 그릭요거트 등 고부가 제품을 늘려 총이익률을 개선했다. 아몬드브리즈·어메이징 오트 등 다양한 식물성 음료 라인업을 확대해 카페 메뉴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지주사 매일홀딩스를 중심으로 상하농원, 폴 바셋 등 외식 브랜드도 활성화하며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수입산 무관세 확대가 국내 유업계에 상당한 압박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우유와 유제품이 무관세로 유입되면 국내산은 가격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치즈·분유·버터 등 가공유제품 시장은 수입 제품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유업계는 단순 원유 판매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서둘러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