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보 선두, 한화 후발···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경쟁 본격화

사망보험금 유동화로 생전에 연금처럼 사용 수익성 높지 않은 편···제도 안착·편의 개선돼야

2025-09-16     허아은 기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먼저 진출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한화생명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먼저 진출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한화생명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나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수수료 수익이 제한적인 만큼 소비자 접근성 확대와 제도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고객이 사망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금융사가 운용·관리해 지정된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위탁자는 사전에 지급 시점과 방식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일시금 대신 분할 지급이 가능하고 남은 보험금은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돼 이자까지 붙는다.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으며 종신보험·정기보험만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계약 건수 780건, 계약액 2570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선점 효과를 보였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554건, 8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종신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신탁 제도를 연계해 판매를 확대한 결과다.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도 진출해 있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생명이 지난 9일 신탁 상품을 새로 내놓으며 출사표를 던졌다. 사망보험금 잔액 2위 사업자로서 삼성·교보를 추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계약 건수를 늘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신탁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직은 보험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다만 시행 초기라 전체 규모는 크지 않고 수수료 수익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중소형 보험사들은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다른 보험사도) 서비스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문가는 삼성과 교보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한화까지 합류하며 ‘빅3’ 구도가 자리 잡았지만,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제도 안착과 소비자 편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성장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에 “현재 수수료 구조와 운용 제약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제도의 장기적 안착과 소비자 편의성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성장세가 머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