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라 더봄] 자연 속에서 생멸하는 미술 작품과 인간의 교류

[윤세라의 미술관에서 만나는 세계와 나] 러크리트 트리바니자와 동료가 조성한 태국 치앙마이 근교 산빠통(Sanpatong) ‘The Land Foundation’ 이야기

2025-09-17     윤세라 Glenstone Museum 근무
Courtesy of ‘The Land Foundation’

지난번 소개했었던 태국의 작가 러크리트 트리바니자(Rirkrit Tiravanija)의 ‘The Land Foundation’을  좀 더 깊게 소개하며 대지 아트라고 일컬어지는 여러 형태의 예술이 자연 속에서 인간과 어떻게 유대하고 소통하며 그 의미를 확장하고 인간의 내면을 고양하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러크리트 트리바니자와 그의 동료가 1998년 태국 치앙마이 근교 산빠통(Sanpatong)에 조성한 ‘The Land Foundation’은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이 협업하며 비파사나 명상 기법을 통해 예술 및 문화 활동, 자연농업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에서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 참여의 장으로 만들어졌다.  

땅이 75%의 물과 25%의 토지로 구성되어 있듯 재단의 자연환경도 인체와 연결되어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 러크리트 트리바니자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에서 자연, 예술, 그리고 시간이 어떻게 매끄럽고, 규제되지 않은 리듬으로 교차할 수 있는지 실험하여 혁신적 정신을 실현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 대안교육 등을 통해 지속 가능 생활 방식을 촉진하고 자연적이고 비경제적인 환경에서 개인의 예술, 문화의 자아실현을 지원하고 격려하도록 디자인하였다. 예술을 일상생활의 구조에 통합하여 삶 자체가 예술의 행위라는 믿음을 실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관계 미학을 추구하며 그 방면의 선구자로 현대 미술계에서 추앙받고 있지만 그가 실험적으로 창작했던 모든 예술적 기법과 표현 방식들을 총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The Land Foundation’ 공간에서는 관계 미학의 선구자가 아니라 다만 정자 기증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Courtesy of ‘The Land Foundation’ & ARCH’IT esposizioni 

14채의 태국 및 국제 예술가들이 설계한 건물 중 5채가 파손되었지만, 모든 것은 자연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 행위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노력하는 일상에서 자연의 평화가 존재하는 것을 예술이라고 믿으며 상업화된 전통적 예술 세계에 도전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경제적 이익보다 자급자족의 미니멀리즘적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by Sibylle Finding Too at a living art project

재단은 쌀을 재배하여 자급자족하고 자연 세계와의 더 깊은 연결을 촉진하며 토지의 경관을 활용한 창작 행위로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자본주의 전통 시장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공동체는 땅과 재산의 소유권 개념의 전통적 관습으로부터 자유롭게 익명성을 유지하며 개방적이고 공동으로 경작되는 공간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관계를 하나의 예술 형식, 퍼포먼스, 또는 설치 예술로 표현한다. 

재단은 공식 기관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학습 기회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하여 젊은 예술가와 문화 활동가들에게 창의적이고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아실현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며 농업과 명상에서부터 예술과 철학, 생태 및 새로운 경제모델을 포함한 활동 커리큘럼을 다양하게 탐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대안 교육 학습 '실험실'로 안내한다.

by Sibylle Finding Too at a living art project

예술을 건축, 농사 등 매일의 생활 과정에서 아이디어 교환, 구조물의 협업 구축, 주민과 방문객 간의 일상적인 대화 등을 사회적 참여의 주요 매개체로 더 중요하게 여기며 결과물인 ‘작품’을 수집 가능한 완성된 예술로 중시하고 가치를 따지는 전통적인 예술계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도전한다. 예술은 최종 산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참여 행위 자체라고 믿는 것이다.  

랜드 재단의 핵심은 관계 미학이라는 개념으로, 사물보다는 인간의 상호작용과 그 사회적 맥락에 초점을 맞춘 예술 행위로 설명한다. 러크리트 트리바니자는 요리와 식사 나누기, 벼농사 등 일상 삶의 행위들을 참여형 설치물(Installtion), 또는 공연예술(performance)과 같은 형태로 자연을 무대로 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협업하며 사는 단순한 일상의 노동 경험을 예술 그 자체로 확장하여 삶과 창조의 과정을 강조한다.  

by Sibylle Finding Too at a living art project 

그 땅은 풍요롭고 사람들은 혼란스러움, 관계의 불편함, 실패한 프로젝트와 같은 부정적인 개인사들을 가지고 모여 명상을 통하여 내면의 평화를 관찰하고 깨달음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음을 체험하며 공간, 자연, 마음과 연결된 물리적, 실체적 기회를 가지며 땅과 내밀하게 교류하는 가운데 개인은 각자의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한다.  

트리바니자의 자신은 다만 정자 기증자일 뿐이라는 말에는 주어진 자연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함께하며 만들어질 예술과 깨달음들이 자연과 함께 자라고 소멸하고 부활하며 유기적으로 공존할 것이라는 믿음이 깊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인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상 그랬었던 것처럼···.

여성경제신문 윤세라 Glenstone Museum 근무 lovelysarah06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