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더봄] 내 생애 최초의 '우승' 타이틀을 얻기까지
[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경기는 늘 승자와 패자가 있고 누구나 승자가 되길 희망한다
(지난 회에서 이어짐)
그것은 심판에 대한 항의였다. 유니폼을 입는 여자 선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은 가타부타 말없이 심판과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옥신각신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승부를 겨루는 모든 스포츠는 심판의 정확한 판단이 아주 중요하다. 때로 심판의 오판으로 우승과 준우승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우승과 준우승, 금메달과 은메달을 결정짓는 그 1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1점으로 우승을 할 수도 있고, 그 0.1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두 매의 눈으로 경기를 지켜본다. 가끔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항의하여 경기가 중단되고 비디오 판독이 요구되는 경우를 우리는 보기도 한다. 그만큼 심판의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1등(또는 우승)으로 판정되는 순간, 선수나 관람객들은 환호한다. 모두 관람석에서 일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그 선수를 응원하며, 선수 또한 기쁨에 넘쳐 멋진 세리머니를 보여준다. 선수들이 보내는 다양한 세리머니··· 서로 껴안고, 무릎 꿇고 기도하고, 환호를 지르고, 상의를 벗어 던지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춤을 추어도, 잔디밭에 데굴데굴 굴러도, 같은 동료의 등에 올라타도, 백 덤블링을 해도 우승의 순간을 즐기는 그 제스처는 모두 멋지다.
기쁨에 겨운 승자가 있으면 당연히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도 언젠가 승자가 될 수 있다. 단체 경기보다 일대일 경기일 경우, 승자가 결정된 것 같은 순간에 의외로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승자가 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지는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기적 같은 승리를 끌어내는 경기···.
인도네시아 오픈 경기에서 왕즈이와 싸워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안세영 배드민턴 선수. 이럴 땐 그 환호가 호랑이의 포효 같다. 두 주먹을 쥐고 흔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이 응원하는 사람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도, 태극기를 더 힘차게 흔드는 것도 우리가 하나임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우리도 승자가 되어 멋진 세리머니를 펼 수 있길 희망하며 다음 관문을 향해 테이블 앞에 섰다. 첫 번째 관문을 스릴 있게 통과했기에 우리는 팀 구성에 좀 더 다양한 전술을 동원했다. 응원하러 온 선생님들의 도움도 받았다. 다른 팀 경기를 본 선생님들이, 어느 팀의 어느 선수가 실력이 뛰어나다, 누가 서브 공격이 아주 좋다 등등 도움 되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그 정보를 종합하여 전략을 재구성했다. 두 번째 관문의 전략은 여자복식과 남자복식이 이기고 남녀 혼복 경기는 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나는 우리 팀의 에이스인 여자 선수와 같이 여자 복식경기에 출전했고, 리드인 조 선생님과 체력이 좋은 남자 선수가 남자 복식경기에 출전했다. 우리의 치밀한 계획대로 두 팀이 모두 승리를 거두었고 다음 단계로 출전했다.
잠시 쉬는 동안, 아주 특별한 팀이 눈에 띄었다. 남녀 선수 4명(남 3명, 여 1명)이 모두 똑같은 백팩을 메고 이동하고 있었다. 선수복을 보니 사립학교 선생님들이었다. 뒷모습에서 뭔가 색다름이 느껴졌다. 모두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것이 프로 선수다운 면모를 풍기고 있었다. 남자복식과 남녀 혼복 경기에서 유감없이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팀이었다. 단, 여자 복식 선수 두 명은 서 있는 자세만 보아도 초보 선수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우리는 우승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첫 번째 관문을 왜 그렇게 어렵게 통과했을까 할 정도로 우리는 승승장구했다. 한 단계 한 단계 위로 올라갔고 우리는 드디어 4강에 진출했다. 시들시들하던 화분에 물을 주자 고개를 빳빳이 들고 빨간 꽃봉오리를 피우는 어떤 꽃처럼 우리는 갈수록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힘차게 응원하는 선생님들의 함성, 우리 선수들끼리의 화이팅이 그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내가 눈여겨 본 그 사립학교 팀도 4강에 올라왔다. 그러나 사립학교 팀은 최종 결선에 출전하지 못했고, 반면 우리는 우승을 겨루는 마지막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그 마지막 승부에서 상대 팀 선수들을 바라보는데 여태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이 엄습했다. 마지막 승부이니만큼 한 세트도 질 수 없다고 다짐하며 우리는 화이팅을 외치고 경기에 임했다.
한 점, 한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꾸만 점수판으로 눈이 갔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응원하러 오신 선생님과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어깨동무를 한 채로 빙빙 돌며 학교 이름을 외쳤다. 그렇게 내 생애에 처음으로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다음 회로 이어짐)
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thebom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