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무비자 입국 D-14···유통업계 ‘유커’ 잡기 총력전
중국 단체 무비자 입국 허용, 유커 특수 기대 면세·백화점·편의점 등 유통업계 총력 마케팅 증권가 “소비 회복은 시간 필요” 전망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한국 입국이 오는 29일부터 허용되면서 유통업계가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 잡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국내 유통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한국 관광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번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매출 상승은 물론 업계 전반에 걸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15일 범위에서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오는 10월1~7일은 중국 황금연휴인 국경절이 있어 유커 특수가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1637만명 중 460만명(2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올해 중국인 관광객을 약 17% 늘린 536만명까지 유치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02만명에 근접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국 단체관광객이 100만명 늘면 국내총생산(GDP)이 0.0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해 단체 관광 확대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우선 무비자 시행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수혜를 볼 곳은 면세업계가 꼽힌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유커 유입이 감소하고, 중국인 쇼핑 트렌드가 단체에서 개별 쇼핑으로 변화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신세계·신라 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갈등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무비자 입국 허용이 매출 반등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와 협력해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K팝 팬미팅, 대규모 MICE(국제회의·전시·이벤트) 유치 등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월 10~12일 남궁표 마케팅부문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를 방문, 현지 여행사·파트너사 30여 곳과 단체 무비자 제도 대응 및 특전 제공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광저우 CITS·칭다오여유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분석에서 칭다오·항주·청두 등 2·3선 도시 단체 관광객 비중이 늘며 화장품·패션·기념품·식품 등 전 품목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고, 이에 맞춰 신규 에이전트 발굴·맞춤형 상품 개발·지역 특화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또 오는 18일에는 중국어·일본어·동남아 언어권 관광통역사 200여 명을 초청해 매장과 브랜드, 혜택을 소개하는 가이드 행사를 열어 국경절과 무비자 정책에 따른 단체 관광 수요 확대에 대비한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여행사와 협력해 대규모 MICE 단체와 K-팝 팬미팅을 기획하고,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홍보 모델을 앞세워 단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골드패스’ 등 환영 선물을 제공하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재편하는 등 맞춤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우상그룹, 왕푸징그룹과 한국상품 판로 확대와 제휴 협력을 논의했고, 대규모 단체관광객을 넘어 소규모 고단가 단체를 유치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중국 유제품 업계 1위 이리그룹 VIP 1109명을 단독 초청해 화장품·건강식품 등 K-뷰티와 K-푸드 소비를 이끌었다. 중국 온라인 교육 선두 신동방 그룹 인센티브 단체도 연말까지 1000명 이상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5만명, 무비자 정책 시행 후 총 6만명 이상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10월 추석·중추절을 맞아 내달 15일까지 화장품·향수 등 인기 상품을 최대 55% 할인하는 ‘현데이’ 프로모션과 함께, 알리페이 결제·인천공항점 구매 고객 대상 즉시 할인 및 사은품 증정 등 중국인 관광객 특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백화점 업계도 유커 방문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으로 결제 시 할인 제공, 명동·잠실점에선 관광객 대상 행사를 개최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달 중 관광객이 선호하는 패션·뷰티 상품을 할인하는 ‘신세계 글로벌 쇼핑 페스타’를 개최에 외국인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강화한다.
편의점 업계도 외국인 관광객 수요 대응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롯데면세점, 중국인들의 이용률이 높은 간편결제 서비스 ‘위챗페이’와 손잡고 프로모션에 나선다. 내달 31일까지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위챗페이를 처음으로 결제하면 세븐일레븐과 롯데면세점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을 제공한다.
대형마트와 ‘K쇼핑 명소’로 꼽히는 올리브영, 무신사, 다이소 등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쇼핑 편의 강화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이달 안에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 공식 계정을 열고 현지 소비자 대상 홍보 마케팅에 돌입하고, 올리브영, 무신사, 다이소 등도 중국어 안내문을 확대하고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대거 배치하는 등 중국인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특수가 유통업계 각 기업들의 실적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내다보고 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에 대해 "면세와 호텔 모두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허용으로 모멘텀(동력)이 기대되는 시점"이라며 "특히 호텔신라 면세점은 여행사와의 유리한 네트워크 기반 늘어나는 수요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바운드의 경제적 효과는 1인당 소비금액과 방문객 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방문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1인당 소비 규모의 회복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