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중도층의 선택? 이재명 지지율 상승의 배경

[신율 칼럼] 대선 득표율보다 높은 58% 2030세대 일부가 지지 이동 李 강성 지지층에 호응 우려

2025-09-16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공개한 자체 정례 여론조사(9월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즈음 지지율은 58%였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과 비교하면 이는 4위에 해당한다. 

한국갤럽의 역대 조사에 따르면 직선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지지율은 노태우 57% 김영삼 83% 김대중 62% 노무현 40% 이명박 21% 박근혜 53% 문재인 78% 윤석열 28%였다. 이 중 지지율 상위 3위에 포함된 대통령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김영삼 대통령은 최초의 문민정부 수립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인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당선되었기 때문에 60%를 넘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직후에 당선된 배경이 높은 지지율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예외적인 정치적 상황이나 국가적 위기 직후에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초기 지지율을 얻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정국 속에서 당선된 만큼 58%라는 지지율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결코 예외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이었던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도 이는 타당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주목할 점은 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현재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21대 대선의 투표율은 79.4%였는데 이 대통령은 이 가운데 49.4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여론조사는 투표율 100%를 가정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를 투표율 100%로 환산한 후 여론조사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론이다. 투표율 79.4%에서 49.42%를 득표한 것을 투표율 100%로 환산하면 전체 유권자의 39.2%가 이 대통령을 지지한 셈이 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약 19%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핵심 집단은 누구인지가 궁금해진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약 60%에 달하며 취임 이후 한 번도 6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이 약 40%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뚜렷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도층 지지를 이끈 구체적인 집단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한겨레신문과 한국 정당학회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 업체 STI에 의뢰해 9월 3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2차)'(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P.)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선 직전에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으나 대선 이후 지지로 전환한 응답자의 중도층 비율은 전체의 14.5%에 달하는데 이 중 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는 과거 보수 성향 혹은 반민주당 성향이 강했던 2030 세대의 일부가 이 대통령 지지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지지 전환 이유로는 이 대통령이 외교에서 보여준 중도 실용 노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진보적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사전 예측과 달리 실제로는 균형 잡힌 실용 외교를 지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할 때 이 대통령이 향후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편향된 정책 행보를 보일 경우 지지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적 역학관계를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감지돼 우려를 자아낸다. 앞으로 이 대통령이 중도 실용 노선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진보 진영의 요구에 더욱 부응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인지는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중요한 정치적 변수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