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농심은 글로벌 질주, 오뚜기는 제자리걸음···K-라면의 엇갈린 명암

오뚜기 해외 매출 비중 10%대 정체 삼양·농심 해외 고성장·R&D 격차 미국 공장 착공 지연·성장 과제

2025-09-12     류빈 기자
베트남에 위치한 한 편의점 매대에 삼양식품, 오뚜기, 농심 등 한국 라면 제품이 진열돼 있다. /류빈 기자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가운데, 오뚜기는 여전히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아 ‘내수형 기업’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오뚜기 역시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주력 제품군의 글로벌 인지도와 현지화 전략에서 삼양식품과 농심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라면의 글로벌 인기로 국내 식품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각사 해외 매출 비중이 삼양식품은 79.9%, 농심은 38.9%을 기록했다. 반면 오뚜기는 10.8%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에서 농심이 56%로 1위, 오뚜기가 23%로 2위, 삼양식품이 약 11%로 3위를 기록한 것과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오뚜기가 매출액 성장률로는 2위를 기록했지만 매출액 자체만 놓고 보면 경쟁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8642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211억원) 대비 39.1%의 증가율을 보였고, 같은 기간 농심은 6847억원으로 전년 동기(6598억원) 대비 3.8% 성장했다.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1963억원으로 전년 동기(1659억원) 대비 18.3%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오뚜기는 해외 매출 비중이 2022년 11.4%, 2023년 10.7%, 2024년 약 10.2% 수준에 그치며 ‘마의 10%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뚜기는 캘리포니아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지난 3월 브랜드 영문명 변경,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글로벌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전략적 시도를 이어왔지만, 여전히 삼양식품과 농심 영향력 범위 밖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라면·카레·소스류 등 기존 주력 제품에 의존하며 현지화 제품 개발이나 브랜드 파워 측면에서 뚜렷한 히트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의 가파른 성장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불닭 브랜드의 해외 수요 확대, 미국·중국법인의 성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7300억원,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133% 증가했다. 그중 해외 매출 비중은 약 77% 수준에 달한다.

농심은 2024년 해외 매출 비중을 약 37%로 끌어올리며 오는 2030년까지 61%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전방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 2공장과 중국 청도신공장,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 등을 통해 현지 생산량과 수출 물량을 더욱 늘리며 매출 증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도 세워 현지 공략 거점 마련에 나섰다. 

타사에 비해 글로벌 공략이 다소 더딘 오뚜기는 최근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미국 법인에 힘을 싣고 있다. 함영준 회장은 2023년 11월 장녀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해외 공략을 강화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함연지 씨가 오뚜기 미국 법인에 정식으로 합류했고, 그의 남편 역시 같은 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2021년 취임한 황성만 대표도 미국과 베트남 법인을 거점으로 삼아 해외 매출 확대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오뚜기의 해외 시장 성적표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오뚜기는 지난해 ESG보고서를 통해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약 3614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5년 동안 해외 매출을 지금의 약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오뚜기의 해외 시장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로, 경쟁사에 비해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현재는 부지만 매입했을 뿐 공사 착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현지 공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8월부터 K-라면에 15%의 미국 상호 관세가 부과된 점도 해외 사업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과 R&D 투자 비중 /류빈 기자

또 다른 문제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다. 농심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0.86%로 라면 빅3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농심은 적절한 R&D 투자로 신제품과 프리미엄 라인업 등 글로벌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오뚜기는 여전히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상태에서 R&D 투자도 지난해 기준 0.70%를 기록해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타사 대비 더 많은 R&D를 투자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이뤄야하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을 극대화했지만 R&D 투자 비중이 0.46%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할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오뚜기가 미국 유통망을 넓히고 있어 해외 매출액 비중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 비중은 10.2%로 경쟁사 대비 낮다는 점이 저평가 요소였지만 향후 비중 증가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달부터 오뚜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코스트코 매장 64곳에 진라면 컵라면을 유통하기 시작, 올해 초부터 BTS 진과 진라면 홍보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 중이고, 연내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코스트코까지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가장 부진했던 오뚜기도 점차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