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이면 합의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 25%→15% 관세 인하 사실상 포기
트럼프 행정명령 사인만 남은 상황에 허울뿐인 실무 협의 앞세워 입장 번복 투자 지렛대 무력화···보복 카드 대두 재계 "현지 공장 지키고 수출 접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간 진행 중인 관세 후속협상과 관련해 “어떠한 이면 합의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 25% 인하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표면적으로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정성을 결여한 리더로 몰아붙인 것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했고,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를 큰 틀에서 재확인했다. 미국이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위한 실무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면 합의는 없다”는 식의 원론적 발언만 반복하는 것은, 실제로는 관세 인하 합의를 공식 문서화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최종 관세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나 공동 합의문 서명에 달려 있는데 한국 정부가 구체적 절차를 밀어붙이지 못한 채 원칙론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며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협상 구도는 역설적이다. 15% 인하 합의는 여전히 문서화되지 못한 반면 25% 부과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문건으로 서명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관세 인하를 지켜내기는커녕 더 높은 고율의 보복 관세가 공식화될 위험이 더 커진 셈이다. ‘이면 합의는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지난 8월 25일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실질적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 인하 합의가 문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오히려 25% 고율 관세안이 트럼프의 행정문건으로 서명될 위험만 키운 셈이다. 동시에 트럼프가 말을 바꿨다고 공세를 펴기도 어려워진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고율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원하는 ‘25%→15% 인하’는 협상 테이블에 올려졌지만 실행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의회와 산업계 내부에서는 “한국이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현대차 조지아 공장 사태를 빌미로 민간 기업 투자를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곧 투자 자율성 침해로 비칠 뿐 아니라 미국 측에 약속 불이행을 자인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미 투자 문제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관세 인하의 공식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오히려 현재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만이라도 지켜내고 한국발 수출은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발 불법 고용 사태의 불똥이 튄 현대차의 현지 생산 체계마저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 발언은 “이면 합의 거부”라는 원칙적 언급을 넘어 관세 인하 자체가 좌초됐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의 과제는 대미 투자를 지렛대 삼는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25% 이상의 고율 관세와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지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