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 칼럼] 30세 '근육'과 '뼈'의 정점이 노후를 결정한다

[김공필의 The 건강] 존엄한 노후 좌우하는 변수 근육량의 정점은 30세 전후 최대 골량 또한 30세 전후 결정 근육·뼈 지키는 생활습관 권장

2025-09-12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존엄한 노후를 위해서는 건강수명 연장이 핵심이며 이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근육량과 골량이다. /게티이미지뱅크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실제로 스스로 걸어 다니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존엄한 노후를 위해서는 건강수명 연장이 핵심이며 이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근육량과 골량이다.

근육량의 정점은 30세 전후

사람의 근육은 태어나면서부터 꾸준히 발달하다가 30세 전후에 최대치를 기록한다. 의학적으로 이를 ‘최대 근육량(Peak Muscle Mass)’이라고 부른다. 이후에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에 따라 해마다 1%씩 감소한다. 특히 40세 이후부터는 근육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며 70대에 이르면 청년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실한 근육은 단순히 몸매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 능력, 낙상 위험, 심지어 생존율과 직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을 노인의 주요 건강 위협 질환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한국 여성의 근육량과 근력이 이미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경희대 융합의학과 김미지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5~29세 여성의 평균 악력은 26.1㎏으로 65~69세 여성의 25㎏에 비해 고작 1.1㎏ 높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서는 20~30대 여성의 골격근량이 60대 여성보다 더 적은 역전 현상까지 확인됐다. 이는 과도한 다이어트와 운동 부족이 결합해 젊은 여성들의 근육 기반을 약화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최대 골량도 30세 전후에 결정된다

뼈 역시 마찬가지다. 뼈의 강도와 밀도는 성장기와 청년기를 거치면서 계속 증가하다가 대체로 30세 전후에 ‘최대 골량(Peak Bone Mass)’을 형성한다. 이 시기의 골량이 은행 적금처럼 노후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그 이후에는 뼈의 흡수 속도가 형성 속도를 앞지르면서 골밀도가 점차 떨어진다.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급격히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그러나 국내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2008~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30대 여성의 넙다리뼈·허리뼈 골밀도는 40대 여성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았다. 젊은 시절부터 뼈 건강의 기초가 허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근육처럼 뼈도 젊을 때 최대치를 높여둬야 노후에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가 수월하다.

과도한 다이어트가 만든 역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20~30대 여성들의 과도한 다이어트 문화가 자리한다. 지나친 칼로리 제한, 단백질 섭취 부족, 운동 회피가 결합하면서 근육과 뼈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 근력과 골량이 정점에 도달해야 할 시기에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노후에 돌이킬 수 없는 취약성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젊어서 날씬한 몸을 얻기 위해 다듬은 근육과 뼈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립 생활 능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거나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쓰러지는 노년이 되는 것이다. 청년기의 다이어트가 노후의 존엄을 갉아먹는 역설적 결과를 만드는 셈이다.

근육이 줄면 계단 오르내리기, 장보기 같은 기본적인 생활 동작조차 어려워지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넘어져 골절로 이어진다. 고관절 골절을 당한 70세 이상의 노인 중 약 20%가 1년 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근육과 뼈를 지키는 생활습관

첫째, 규칙적인 근력운동이 핵심이다. 단백질 섭취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로 근육을 자극하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주 2~3회 이상의 근력운동이 권장된다. 골밀도를 높이는 데도 근력운동은 필수다.

둘째,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1g의 단백질이 권장되며 노인의 경우 1.2g까지 늘려야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 체중 60kg인 여성이라면 하루 최소 60g, 노인이라면 70g 이상이 필요하다.

셋째, 칼슘과 비타민D 섭취는 뼈 건강의 기본이다. 한국골대사학회가 권고하는 1일 칼슘 권장량은 50세 미만은 1000mg, 50세 이상은 1200mg이다. 비타민D는 햇볕을 통해 합성되지만, 부족하기 쉬워 보충제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생활 속 활동량 증가도 중요하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습관이 근육과 뼈를 꾸준히 자극한다.

의학은 인간의 수명을 꾸준히 연장시켜 왔지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진 삶’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30세 전후에 최대 근육량과 최대 골량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수십 년 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만약 이 황금 시기에 충분한 근육량과 골량을 만들지 못했다면 이후에 더 경각심을 가지고 근육과 뼈를 사수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