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테크 엔비디아 자제령에도 기업은 구매 원해···AI 칩 자립 '딜레마'
B30A 가격 두 배, 성능 최대 6배↑ '어센드 910D' H20 대비 3배 성능 HBM 부재 화웨이 UCM으로 보완 "빅테크 저성능 칩 선택 이유 없어"
엔비디아가 중국 제재 권고와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B30A'의 중국 수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자립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현지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칩 확보에 적극 나서며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B30A는 기존 H20의 후속 모델로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에 NVLink를 탑재해 연산 효율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은 H20(1만~1만2000달러)의 두 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능은 최대 6배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실제 출시 여부는 정부의 승인 여부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서 "신규 칩의 성능을 30~50% 낮춘다면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미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랙웰의 중국 판매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논의 중이며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026년까지 자국 내 AI 칩 생산량을 3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공 데이터센터의 국산 칩 사용 비중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주요 빅테크 기업을 불러 엔비디아 칩 구매 사유를 직접 묻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립 전략의 중심에는 화웨이가 있다. 중국경영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2025 중국 국제 대데이터 산업 박람회에서 화웨이 장핑안(张平安) 화웨이 클라우드 CEO는 차세대 AI 칩 '어센드 910D'를 공개하며 "연산 효율에서 엔비디아 H20 대비 3배 이상 성능을 확보했다"라며 "슈퍼노드의 토큰 서비스는 지연 50ms 조건에서 GPU 한 장당 2400개의 토큰을 생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화웨이는 현재 '어센드 910C'를 7나노 공정으로 월 1000장 수준 생산 중이며 910D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 역시 정부의 국산칩 사용 권고로 FP8 데이터 포맷 기술을 통해 910D 표준에 맞춰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AI 칩 자립의 최대 약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종목이다. 업계는 중국 기술력이 HBM2 수준에 머물러 있어 최신 HBM3E 대비 3세대 이상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웨이는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도구 'UCM(Unified Cache Manager)'을 개발해 추론 대기 시간을 최대 90% 줄이고 시스템 처리량을 22배까지 늘리는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오는 9월 UCM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의 외국산 HBM 칩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중국 AI 개발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의 기술 자립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바이트댄스·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는 여전히 엔비디아 칩 구매에 집중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이 지난 7월 판매 허가가 난 H20 주문 상황을 주시하며 두 배 높은 가격에 출시될 B30A 계획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미중 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이나 하이퍼 스케일러가 성능이 떨어지는 칩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며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TSMC를 우회해 수입되는 칩이 이미 존재하고 동남아와 중동을 경유해 H20 같은 고급 AI 칩도 유입되고 있어 기술 자립은 아직 요원하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