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성 '침해' 경고음···대법관 증원, 정치판결 흔들 우려
대법원 판결 뒤집힐 가능성 野 "李 친위 대법원 만들기"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업무 과중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을 대폭 확대해 주려는 ‘판결 구조 재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안에 따르면 대법관은 기존 14명에 1년 유예를 두고 향후 3년간 매년 4명씩 늘려 26명이 된다. 이 대통령 임기 전 조희대 대법원장 등 10명의 대법관이 퇴임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대법관 수는 2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한국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 판사는 15명이다. 일본은 인구가 1억 2310만명으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법관 증원은 반대할 일이 아니다. (대법원도) 수사 기록도 제대로 다 읽을 수 없는 지경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지 않느냐. 국회가 그 짐을 덜어드리겠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나서서 사법부의 예산과 인원을 늘려주겠다는데도 반대하는 조직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최근 대법원 주요 판결 직후 등장한 점에 주목한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한덕수 전 국무총리 계엄 방조 구속영장 기각’ 등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건이 선고된 직후다.
이 대통령은 선거법 외에도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위증교사 혐의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 재판이 남았는데 대통령에 당선돼 진행이 일시정지된 상태다.
야권에서는 해당 재판들을 무죄로 바꾸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법관) '26명 중 22명 알박기해놓고 가면 내 노후가 좀 따뜻하겠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복수혈전, 노후보장, 사법부 장악이 다 섞여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단순히 대법관 숫자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손질한다. 현행 위원에서 법원행정처장을 빼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넣는 한편, 법관대표회의와 지방변호사회 추천 몫을 추가하는 방안이 담겼다. 법원행정처장 임명은 대법원장이 하는데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임명은 헌법재판소장이 한다.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집권세력이 대법원을 흔드는 일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대법관 추천위 손질은 결과적으로 정권에 친화적인 후보군을 추천할 통로를 넓히는 셈"이라며 "삼권분립 위반 여지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사법개혁은 검찰해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의와 맞물려 진행되면서 비판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관 증원은 결국 물타기 대법원을 만들어 대통령 친위 대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벌이는 모든 작태는 한마디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오는 12일 전국 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대법관 수 증원 문제 등을 논의한다. 대법원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전체 법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법부의 공식 의견을 국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