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세 인하 날 韓공장 쑥대밭, 왜?···“대미투자 불협화음”
핵심은 대미투자 방식 불협화음 미국·일본 관세 협상 사례가 방증 “트럼프의 이중 플레이 간파해야”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단속한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번 일로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가 명백히 한국 정부의 관세 협상력 부족에서 비롯됐음을 인지해야 하고 트럼프의 병 주고 약 주기 식 ‘이중 플레이’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한국 국적 46명·인도네시아 국적 1명)과, HL-GA 베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 250여 명이 구금됐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공급하려 했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2023년 하반기 착공한 이 공장은 올해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년 초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 및 협력업체 직원들의 신속한 석방이 최우선”이라며 “공장 건설 일정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을 급습한 이 날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날이라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미국 내 도요타와 현대차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에 앞서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게 되면 한국에 어떠한 피해가 가는지 트럼프가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은 악재를 맞았다. 일본 혼다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약 70%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고 토요타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이 약 50~60%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자동차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관세 협정 여파가 한국이 훨씬 크다.
당분간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10% 포인트 높은 관세를 부담해 손해 보고 파는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가격을 올리지 않고 관세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관세 발효가 한 달 늦어질 때마다 약 21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고위 외교 관계자는 “우연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지만 이는 대미 투자 방식에 계속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고 봐야 한다”며 “일을 벌이고 달래는 식의 트럼프 수법에 안심하면 안 되고 본질의 부분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총 투자액은 5000억 달러(약 700조원)다. 700조원의 선물을 미국에 안겼는데 공장 단속 사태로 역풍을 맞은 데는 대미 투자 방식에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직접 투자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보증 형태로 수익을 나누기 보다 ‘재투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트럼프가 원하는 분야에 투자하도록 한국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는 입장이다.
일본의 사례는 미국의 입장이 맞다는 것을 방증한다. 5500억 달러(약 765조원) 대미 투자펀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결정하면 일본은 45일 내 자금을 대야 하고 만약 45일 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에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일본의 자동차 관세를 인하한 날 한국 배터리공장이 쑥대밭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며 “이재명 정부의 외교가 계속 겉돌면 안 되고 본질, 대미 투자 방식 부분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