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인 무더기 체포에 李 '총력 대응' 지시···조현 장관 방미 예정

"부당한 권익 침해 일어나선 안 돼" 관세나 동맹 등 한미관계 악재 우려

2025-09-07     김민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무더기 체포·구금 사태를 두고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직접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7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사태 해결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 장관 측은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으나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만약 조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등을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 국민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며 부당한 권익 침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6일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회의에서 "매우 우려가 크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산업부, 경제단체들과도 소통하며 총체적 대응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압수수색 하면서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은 3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은 사건이 알려진 뒤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라며 "주미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라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6일 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회의를 개최했다. 각급에서의 외교 채널을 동원한 미국 측과의 소통 시도도 시작됐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통화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국무부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

박 차관은 한미 첫 정상회담 이후 신뢰 관계와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하고 특히 한국인의 체포 장면이 공개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단속 이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상에는 요원들이 한국인의 손발을 쇠사슬로 결박해 버스에 태우는 장면이 담겼다.

김진아 2차관도 조지프 윤 주한 미국대사 대리에게 우려를 전달했다. 조기중 주미국 대사관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 대책반도 꾸려졌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는 전날부터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 구치소에 갇힌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원만히 풀리지 않으면 한미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미 국토안보수사국 브리핑)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해당 공장 건설은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투자 사업이기도 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가 한미의 관세 추가 협의나 동맹 현대화 같은 안보 분야 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