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강신영의 시니어 입장가] (47) 형식적 행정 절차는 노인을 질리게 만든다 영국 복지 행정의 문제점을 고발한 영화

2025-09-20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노인은 어디서나 외롭다. 아프면 더 고달프다. /영화 포스터

2016년에 개봉한 영국 영화다. 켄 로치 감독 작품으로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딜런 맥키어넌, 브리아나 샨 등이 출연했다.

59세 목수인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마비를 겪었다. 의사가 그에게 일을 해선 안 된다고 하여 질병 지원 수당 신청을 한다. 그러나 그는 정형화되어 있는 근로 능력 평가에서 심장과는 관계없는 엉뚱한 질문만 받다가 일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 정부의 지원 수당을 거부당한다.

다니엘은 온라인으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데, 노인들이 그렇듯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이의 신청을 한다. 뭘 좀 물어보려 해도 반복된 녹음방송만 나오는 ARS 전화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온라인 시스템 자체도 엉성하다.

다니엘은 고용센터에서 늦게 왔다는 하찮은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미혼모 케이티 모건과 친한 이웃이 된다. 케이티와 그녀의 배다른 아이들은 런던의 노숙자 보호소에서 뉴캐슬로 막 이사 왔다. 다니엘은 이사 온 집에 가서 여러 가지를 손봐주며 가족을 돕는다. 그렇게 둘은 이웃이 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푸드뱅크를 방문하는 동안 케이티는 자신은 굶고, 대신 아이들을 먹이다가 굶주림에 지쳐 울음을 터뜨린다. 가난은 어디서나 슬픈 일이다. 그녀는 슈퍼마켓에서 생리대를 좀도둑질하다가 잡히자, 경비원은 몰래 케이티에게 매춘부 일을 제안한다. 다니엘은 그녀가 일하러 가는 매춘 업소에 찾아가 그 일을 제발 포기하라고 애원하지만, 케이티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먹일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항변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틸컷 /TMDB

구직 수당을 받는 조건으로 다니엘은 계속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는 아직 의사가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든 센터에서 전화가 왔는데도 일자리를 거부한다. 이 때문에 불량 구직자가 되어 그의 직업 코치가 그에게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울화통이 치민 다니엘은 그 건물을 나와서 건물 외벽에 검정 스프레이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굶어 죽기 전에 내 이의신청 날짜를 요구한다"라고 대문짝만하게 쓴다. 이를 본 지나가는 사람들, 다른 수당 청구자들을 포함한 구경꾼들의 즉석 환호와 지지를 얻지만, 공공건물에 낙서했으므로 경범죄로 경찰에 체포된다. 그러나 초범이라는 이유로 훈방 조처된다. 다음에는 가중 처벌된다고 경고한다.

낙서는 욕구불만의 표출구다. /영화 포스터

다니엘은 이제 구직 수당도 못 받게 되자 돈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살림살이와 소지품을 팔고 우울증에 빠진다. 그러는 와중에 케이티의 어린 딸 데이지가 왔다 갔다 하며 재롱을 떨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따뜻한 이웃이 그래서 필요하다.

다니엘의 이의신청 당일, 케이티는 그와 함께 재판에 동행한다. 복지 상담사는 다니엘의 사건 날짜 확정이 이번에는 유망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런데 옆 방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판사와 의사가 와 있는 것을 보자 다니엘은 또다시 불안해한다. 머리가 복잡해지며 잠시 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자리를 비웠는데, 그곳에서 또 다른 심장마비를 겪고 쓰러진다. 케이티는 오열하지만, 결국 그는 거기서 사망한다.

나중에 케이티는 허름한 다니엘의 공중 보건 장례식에서 그가 이의신청에서 읽으려 했던 연설을 포함하여 추도사를 읽는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난 굽신거리지 않았고, 이웃이 어려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틸컷 /TMDB

2016년 칸 영화제 수상작이다. 영국의 복지 시스템은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해당자가 실제 운용하기에는 허점이 많다는 것을 고발한 영화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