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던 전기차, 보조금 소진에 '대기 모드'···이재명, 추경 꺼내드나
이달 지자체 20여 곳 보조금 조기 마감 소비자·영업 현장, 추경 편성 여부 주시 6월 예산 삭감에 '시장 흐름 역행' 비판 "내연차와 동등하려면 3~4년 더 필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지자체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자체별 상반기 조기 마감이 잇따르자 소비자들은 하반기 추경 편성 여부와 내년 환경부 예산안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등록 통계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11만8047대로 7개월 만에 1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KAMA가 친환경차 등록 통계를 공개한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전기차 연간 신규 등록은 2022년 16만4324대, 2023년 16만2507대, 지난해 14만6734대로 감소 추세였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대비 46.7%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현 추세라면 연간 20만 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 증가와 함께 보조금 소진 속도도 빨라졌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9월 현재 인천, 대구, 대전, 울산, 천안, 포항, 순천, 전주 등 20여 지자체가 이미 전기차 보조금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전체 목표 대수의 80% 이상을 소화해 신규 접수 시 보조금 지급이 불투명한 지자체도 40곳을 넘어섰다.
보조금 의존도가 큰 전기차 특성상 소비자들은 내년으로 구매를 미루거나 하반기 추경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달 1일부터 국비 보조금만으로 전기차 구매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망세가 짙다.
국내 한 완성차 영업 부문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으면 판매가 어려운 구조"라며 "국비 보조금만 단독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제조사의 프로모션이 제한적이다 보니 영업 현장에서는 지자체 보조금 추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우려는 업계가 이미 예상한 부분이다. 지난 6월 환경부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무공해차 보급사업 4672억5000만원과 충전 인프라 630억원 등 총 5473억원이 감액되자 업계에서는 "예산 삭감이 정부 공약과 시장 흐름에 역행한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보조금 불용 사례를 이유로 들었지만 전기차가 캐즘을 넘어 성장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예산을 줄이는 것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30년 보급률 50%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환노위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는 6월 30일 회의를 열고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 3287억1700만원을 다시 증액했지만 이마저도 소진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추경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일단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 예산을 15조9160억원으로 편성했으며 이는 올해보다 7.5% 늘어난 규모다. 주요 신규 사업으로는 기존 보조금을 유지하면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의 전환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약 2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화재 우려를 줄이기 위한 '전기차 안심보험'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상반기에 조기 소진된 것은 캐즘 극복이 아닌 BYD 등 가성비 좋은 신차 출시 효과 때문"이라며 "보조금 없이 내연 기관차와 가격이 같아지려면 최소 3~4년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환경부가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하게 된다"라며 "특히 준중형 전기트럭 보급 등 새로운 수요가 열리면서 보조금 예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